"개인의 테크닉 아무리 좋아도 앙상블 못이루면 음악은 분산"
“음악회 와서 졸더라도,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나 무식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한번쯤은 꼭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관객이 없는 연주는 의미가 없거든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청소년교향악단에 제3대 지휘자로 취임한 김종헌씨(51). ‘청소년교향악단 제7회 정기연주회 및 취임연주회’(9일 오후 5시 소리전당 연지홀)를 준비하고 있는 그는 단원들을 “도민들의 아들 딸”로 소개하며 애정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전북대 음악학과 오케스트라 지휘자며, 2005년부터 전주시립교향악단 ‘청소년 음악회’ 시리즈 지휘를 맡아온 그에게 청소년들은 잠재된 역량을 끌어낼 수 있는, 프로보다도 더 매력적인 대상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중·고생 중심이던 유스오케스트라가 대학생 중심인 청소년교향악단으로 바뀐 것. 예술적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발굴하는 것만큼 큰 기쁨은 없기 때문이다.
“음악계에서는 엄마들의 치맛바람이 아이가 중학교만 가면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공부만 해야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시향보다 좋은 연습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건 학생들에게는 흔치 않은 기회입니다.”
김씨 역시 원래는 클라리넷 연주자였다. 친형인 김종덕 이화여대 교수(오보에 연주자·충남교향악단 음악감독)의 영향때문이었다.
1987년 전북에 처음으로 목관실내악단 ‘아울로스 목관앙상블’을 창단하기도 했던 그가 본격적으로 지휘봉을 잡은 것은 2001년 네덜란드 명문 로테르담음악원 지휘과로 유학하면서 부터. 그는 “제자들이 나보다 연주를 더 잘해 비켜선 것 뿐”이라며 “그 아이들을 위해 지휘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이들 앞길에 선생이 버티고 있으면 안된다”는 김씨. 그는 제대로 지휘를 하려면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연주를 하지 않지만, 클라리넷에 대한 애정은 변함없다. 첫 연주회에 클라리넷 연주자 송호섭씨를 초대한 것도 그 때문이다. 김씨는 “젊은 연주자들 중에서는 현재 송호섭이 최고”라며, 송씨가 협연하게 될 베버의 곡을 중심으로 레퍼토리를 짰다고 말했다. 이날 연주회에서는 베버의 ‘클라리넷 협주곡 1번 F단조, Op.73’과 오페라 ‘마탄의 사수’ 서곡, 모차르트 ‘교향곡 35번 하프너’를 선보인다.
“지휘를 하다보면 개개인의 소리 보다는 덩어리의 중요성을 느낍니다. 개인의 테크닉이 아무리 좋아도 앙상블을 이루지 못하면 음악은 분산되기 마련이거든요.”
아무리 빛나는 솔리스트라 하더라도 교향악단에 들어오면 주어지는 역할은 달라진다. 어린 후배들에게 선배가 전해주고 싶은 것은 조화. “전북은 모든 마음이 국악에 쏠려있어 상대적으로 서양음악 하기가 힘이 든다”는 그는 어린 단원들에게서 희망을 읽는다.
정기연주회 말고도 도민들과 함께하는 대중적 연주회를 열고싶다는 그는 “단원들을 잘 다듬어 성남에서 열리는 국제청소년관현악 페스티벌에도 참가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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