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04 07:06 (수)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화일반
일반기사

[김해정교수의 완판본 이야기]4. 언삼국지(諺三國誌)

언삼국지(諺三國誌)표지(왼)와 완판본 언삼국지권두제. ([email protected])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誌演義)」는 후한(後漢)을 이은 정통을 유비로, 진수의 「삼국지(三國志)」는 정사로 위(魏)나라를 정통으로 봤다. 이 「삼국지연의」를 우리나라에서는 작품 전체를 발행한 것도 있다. 또 일부분을 소재로 한 작품이 있다. 「화용도 (華容道)」, 「언삼국지(諺三國誌)」등은 일부분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됴됴한나라치기를의론하고한효선봉이되여진군한이라(언삼국지1ㄱ)'

 

'마초 팔장(八將)을베혀쳐음공을셰우고/영무를베혀위진즁에횡행하니라(언삼국지24ㄱ)'

 

'운장, 마초를 위군이 포위를 해놓고 며칠 굶었어도 감히 아무도 잡으러 가지도 말고 기진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는데 상산 조자룡이 위군의 진중에서 모두 치고 와서 관우와 마초를 구해가니 오히려 조조가 군을 데리고 도망을 친다.'는 흥미진진한 내용도 나온다. 하권에 나오는 '제갈량이 결혼을 하는데 아주 천하에 박색이라 첫날밤에 뛰쳐 나오려 했으나 부인이 붙드는 바람에 첫날밤을 그냥 지내고…뒤에 변신을 하여 미인이 되었다. 제갈량은 부인을 더 사랑하였다.'는 대목은 우리나라 박씨부인전과 같은 맥락이다.

 

'언삼국지'는 다른 책과 비교해 아주 다른 성격으로 엮었다. '가갸거겨…'표로 책 첫머리(1ㄱ,ㄴ)를 장식했다. 1ㄴ의 끝 부분에는 구구셈 표가 있다. 이 표는 한자(漢字)로 '九九八十一 八九七十二...'가 나온다. 2ㄱ, ㄴ에는 목록이, 2ㄴ에는 상권의 목록이 계속되고 그 끝부분에 하편으로 '공명션생실기'가 실려있다. 3ㄱ의 권두제는 '언삼국지'라고 적혀있고, 47ㄴ까지가 상권이다. 다음 하편은 다시 1ㄱ부터 18ㄱ의 순으로 정리돼 있다.

 

'동서남북으로번개같이횅행하니위진장졸르머리추풍의낙엽갓더라졍욱이북채를더지고탄식왈자룡은곳천신이안이면신장이로다다만일잡고자하다가난대환을당하거슨니졔가난대로노와두라하더라(언삼국지33ㄴ).'

 

언삼국지는 서민들이 접하기 쉽게 쓰여졌고 촉한의 명장들에 대한 세세한 인물평까지 실려 있는 등 구전설화체의 재미있는 '이야기 책'으로서 손색이 없다. 또 각 장군들의 출신배경과 성격, 각 장졸들의 창칼 다루는 솜씨 등이 극적으로 표현돼 있다. 당시 군사들의 전투는 제갈공명 등 모사, 책사, 군사참모들이 활약하면서 전략과 전술을 도입하기 전까지는 부대를 움직여 싸우는 부대의 싸움이 아니었다. 수만명이 맞부딪쳐도 용장들의 위용에 따라 전체 전투가 판가름나는 '장수의 싸움'으로 일관되는 '영웅담'이 펼쳐져 독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대목이 많다. 언삼국지는 삼국지중의 백미(白眉)라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email protected]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