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시집 '누구의 밥숟가락이냐' 묶어 펴내
‘나의 시는/ 두뇌에서 쥐어뜯긴 살점이며/ 심장에서 흘린 핏방울이다/ 나의 시는/ 이 세상살이와 이 땅의 문학과/ 별로 야합하지 않는 고독이다/ 나의 시는/ 가벼운 감성세계를 두터운 지적 사유로 조율한/ 존재의 비명이다’
시인 김용옥(59). 그의 시는 이렇듯 치열한 과정을 거친다. 보고 또 보고, 곱씹고 또 곱씹어서 내놓는다. 시집 한 권이 묶여지는게 무척 지난하다. 그는 시에 대한 경외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는 문학뿐 아니라 모든 예술의 기본이자, 인생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가’를 논하는 것이 ‘시’입니다.” 수필도 무척 좋아한다. 마흔이 될 때까지 곰삭인 후 비로소 수필을 썼다. 하지만 시는 그 이상이라고 했다. 더딜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도 이번엔 두번째 시집이후 10년만이다. 첫 시집 「서로가 서로를 원하는 이유는」은 등단 18년만에, 두번째 시집 「세상엔 용서해야 할 것이 많다」는 14년만에 묶었다. 그리고 세번째 시집 「누구의 밥숟가락이냐」(도서출판 계간문예)이다.
출간이 빨라진 데 이유가 있다. 올해초 세상을 뜬 어머니 때문이다. “초교를 받은 그날밤 가셨지요. 어머니에게 헌정하려고 서둘렀는데…” 그의 어머니도 ‘시를 짓지 않는 시인’이었다고 한다. “모든 어머니들이 그러하듯이”라고 에둘렀지만, 어머니는 매창과 소월의 시를 즐겼고, 또 그가 낭송하는 그의 시를 사랑했다. 시를 제대로 즐길줄 아셨던 어머니께 딸이 이 세상에서 드리는 마지막 선물이고 싶었다.
시는 ‘변화무쌍한 십년 세월’을 도강해온 흔적들이다. 사회적인 문제들, 이웃과의 부대낌, 종교이야기, 그리고 그가 살아내는 삶의 이야기다. 오하근 평론가는 그의 시에 대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해답이다. 남을 위해서 헌신해야 하는 채움과 그 집착을 털어내는 비움의 철학과 시, 채우기 위해서 비우고 비우기 위해서 채우는 아이러니인 사랑의 철학의 시가 바로 이 시집을 이룬다”고 했다.
책을 찍어낸 다음날, 그는 또 하나의 작업을 하고 있었다. 시집마다에 편지를 끼우는 일. 헌 책방에서 시인의 자필이 담긴 시집을 발견하는 일을 예방하기 위해서라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시인으로서 무척 씁쓸했던 기억들이 있기 때문이다.
“시집을 묶어내니 비로소 가뿐해졌다”는 시인은 다시 새로운 걸음을 재촉할 수 있다고 했다. 덧붙여, 시란 두고두고 음미하고 생각하며 읊어야 한다고 일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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