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열 「꽃보고 우는 까닭」
‘영원한 사랑은 인간의 욕망중에서 가장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것이다. 이는 사랑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또 고금을 통틀어 가장 많은 문학의 소재가 되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심지어 근엄하기 짝이 없는 철학자들도 웬만하면 한마디씩은 사랑에 대한 단상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의 옛 노래에서는 영원한 사랑에 대한 지향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거기에는 상상과 과장이 한데 버무려지고 패러독스와 아이러니가 뒤섞여 있다.’
류수열 전주대 국어교육학과 교수가 옛 사람들의 사랑을 논한다. 「꽃보고 우는 까닭」(우리교육). 고려가요 시조 민요 등의 문학작품에 어린 사랑풍경을 읊었다. “옛 사람들도 우리처럼 사랑하고 헤어지고 또 사랑하며 살았을 테지요. 만남과 이별의 공간은 다를지라도 그들도 우리처럼 가슴 설레며 만나고 헤어짐에 아쉬워하며 언젠가 다가올 재회의 순간을 기다리며 망상에 빠졌습니다.” 저자는 시대를 불문하고 사랑에는 삶의 다양한 모습이 압축돼 있다고 했다.
고구려 유리왕의 ‘황조가’, 고려가요 ‘동동’, 신흠의 ‘시조’ 등은 ‘반면충동(反面衝動)’을 보여준다. 임의 불귀(不歸)로 인한 자신의 외로움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세계에 자아를 대비시키는 시들도 있다. 고려가요의 ‘정과정’과 ‘청산별곡’은 새와 자연물을 비롯한 여러 대상에 사랑에 빠진 자아를 대입시켰다.
저자는 옛 사랑의 노래를 ‘변명하기 혹은 자위하기’ ‘꿈은 이루어지는가’ ‘황홀한 고통이라는 역리’ ‘사랑의 커뮤니케이션은 게임이다’ ‘그리움의 지리학’ ‘불망의 시간, 불면의 공간’ ‘과장의 수사학, 웃음의 패러독스’ 등으로 분류했다.
“몇편 되지 않는 사랑노래를 두고 지나치게 아둘러 풀이하고 부풀려 해석한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도 들지만 그래도 이 글을 세상으로 내보내는 것은 우리 조상들이 살아가면서 누렸던 사랑에 대한 태도와 그것을 언어로 풀어냈던 방식, 거기에 깔려있는 사람과 사랑에 대한 관점 등을 경험해 보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류교수는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받았다. 국어교육과 관련된 많은 논문과 책을 썼고, ‘홍길동전’을 각색한 「춤추는 소매 바람을 따라 휘날리니」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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