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회 교수 '북상기' 관련 논문 발표
남녀간 성관계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19세기 중반 조선의 포르노성 희곡 작품이 발굴됐다.
지역사회의 지도자급 위치에 있는 61세 도학자가 방년 18세 관기(官妓.관아 소속 기생)와 나누는 질펀한 애정 행각을 이야기 얼개로 한 이 작품은 현재까지 발견된 조선시대 희곡으로는 1791년 이옥(李鈺)이란 사람이 쓴 동상기(東廂記)에 이어 두 번째로 기록됐다.
명지대에서 최근 성균관대 한문학과로 자리를 옮긴 안대회(安大會.46) 교수는 최근 북상기(北廂記)라는 작품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동고어초(東皐漁樵)라는 몰락한 사대부 작가가 백화문(白話文.구어체 한문)으로 창작한 완벽한 희곡임이 드러났다고 27일 말했다.
안 교수는 한국고전문학회가 29일 한양대 인문대학에서 주최하는 제243차 정례 학술발표회에서 그 분석 결과와 그 것이 갖는 여러 의미를 '19세기 희곡 북상기 연구'라는 논문으로 발표한다.
북상기는 전체 63장 125쪽에 이르는 단권(單卷) 필사본으로 한 쪽에 14행 20줄로 텍스트를 정서체로 필사했다. 본문 앞에는 저자의 친구인 봉곡(鳳谷)이란 사람이 '상장곤돈'(上章困敦=경자년 <庚子年> ) 양월(陽月.10월)에 쓴 서문과 저자 자신의 서문인 자서(自序)가 수록돼 있다. 庚子年>
안 교수는 경자년을 1780년, 1840년, 1900년 등 세 시점으로 추정해 볼 수 있으나 작품 자체에 드러난 시ㆍ공간적 배경이라든가 일부 내용으로 볼 때, 조선 헌종 재위 6년인 1840년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강원도 홍천을 지역적 배경으로 삼는 이 작품은 이 지역의 존경받는 선비인 61세의 김낙안(金樂安)이라는 사람과 이 지역 출신으로 원주(原州) 교방(敎坊.기방) 소속 18세 관기인 김순옥(金舜玉)이 벌이는 엽기적인 사랑(섹스) 행각을 극화했다.
작품에 의하면 낙안은 환갑잔치에서 순옥을 보고는 욕정을 느껴 갖는 방법을 동원해 그를 취하는 데 성공한다. 그런 낙안이 서울 출신으로 무과급제하여 장단도호부사까지 지내다 홍천으로 유배된 이양진(李養眞)이란 사람과 남초(南草.담배) 500근 내기 바둑에서 지는 바람에 갈등 구조가 얽히게 된다.
낙안은 담배 대신 순옥을 넘기기로 하지만, 순옥의 기생어멈인 40세의 봉래선(蓬萊仙)이 나서 순옥 구출작전에 '온몸'을 던져 이양진을 '육체로 녹임'으로써 순옥을 구출하여 낙안에게 돌아가게 한다는 줄거리를 갖고있다.
안 교수는 이런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북상기가 곳곳에서 남녀간 성관계를 노골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도색적 성격'이 매우 짙고, 이런 특성은 조선후기 문학작품에서는 특출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처녀성(이를 작품에서는 '수홍 <守紅> '으로 표현)을 지키던 순옥이 18세에 낙안이라는 남자를 '첫 경험'한 뒤에 하복부의 통증으로 고생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되는가 하면, 봉래선이 이양진을 '녹이기' 위해 흥분제(환각제)와 같은 약물을 먹이기도 했다는 기술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守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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