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자 전 전북도의원
제가 아는 사람 중에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 들른 손자들이 냉장고 문을 열 때는 반드시 허락을 받게 하고 있습니다. 남에 대한 배려이자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한번은 이 집 다섯살 된 손녀가 장난감 가게에서 곰인형을 사는데 얼굴이 새파래졌는데 인형을 사가지고 나오자마자 인형포장을 빨리 풀라고 그러더래요. 인형이 거꾸로 들어가서 숨 막힌다고. 왜 봉투에 담을때 종업원한테 말하지 않았냐고 하니까, 종업원이 주인한테 혼날까봐 그랬다는 거예요. 생명이 있는 것들에 대한 존중감이 심성으로 이어진다고 봅니다.
주말에 아들 식구들이 가끔 집에 오면 아이들이 배가 고파도, 맛있는 것이 밥상에 올라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먼저 숟가락을 들 때까지 기다리도록 가르칩니다.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심도 조절되고 어른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집에서 아이와 함께 선생님에 대한 불평 불만을 늘어놓기보다는 선생님을 존경하는마음을 갖게 해야 합니다. 선생님에 대한 불신은 곧 사회 어른들에 대한 불신을 낳기 때문입니다.
맞벌이 어머니가 늘고 있는데 제가 15년여를 피아노 교습하면서 느낀 바로는 반드시 어머니가 자식을 키워야 가장 잘 키우는 것은 아니며, 자녀를 홀로 크도록 격려해주고 밀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요즘 남녀가 나눠서 가사노동을 하는 가정이 늘고 있습니다만, 아들 둘이 어려서부터 자기가 먹은 밥그릇과 국그릇 등은 설겆이하는 것을 습관화했습니다. 이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자세와도 연결이 되는 것 같습니다.
명절 지나면 고속도로에 버려진 쓰레기 뉴스가 단골로 등장합니다. 어른이 하는 짓이지요. 식당에서 아이들이 뛰놀고 돌아다녀도 나무라지 않는 부모들, 이들 부모들의 행동을 아이들이 보고 자랍니다.
고영자씨는 1941년생으로 초등교사 8년 경력에 전북민주여성회 초대 상임대표, 전북여성단체연합 의장, 전주YWCA 회장, 전북여성정치발전센터 초대 회장, 민선 1기 도의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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