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전주서 미당 학술대회 개최
"지금까지의 친일문학 연구는 비난과 처벌 위주로 진행돼왔다."(김춘식 동국대 교수)
"해방 이후 서정주의 활동을 보면 자신의 친일이라는 자의식에 크게 구애받지 않았다."(허윤회 성균관대 교수)
"서정주의 민족적 전통지향성은 현재와 미래형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폐쇄적인 과거형에 갇혀 있었다"(홍용희 경희사이버대 교수)
이달 2-4일 전북 고창군 미당시문학관에서 국화꽃 축제와 연계해 열리는 올해 미당문학제 프로그램 중에는 독특한 학술대회가 하나 마련된다.
3일 동국대 한국학문학연구소(한만수 소장)가 주최하는 이 대회 주제는 '미당의 친일문학-식민지 문인의 내면과 친일의 정신구조'. 즉 미당 서정주의 공과(功過)를 논하는 자리다.
한만수 소장은 "미당과 친일이라는 주제를 선정하는데 대해 스승에 대해 예의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었지만, 스승의 '공'뿐만 아니라 '과'까지도 아울러 엄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그분을 올바르게 기억하는 방식일 것이라는 믿음이 더 우세했다"고 밝혔다.
주최측이 1일 미리 배포한 발제 자료에 따르면 김춘식(동국대) 홍용희(경희 사이버대) 박수연(충남대) 교수, 허윤회(성균관대) 강사 등이 발제하고, 유성호(한양대) 박현수(경북대) 교수 등이 질의.토론하며 서정주의 친일시편을 집중 조명한다.
김춘식 교수는 '친일문학에 대한 윤리와 서정주 연구의 문제점-식민주의와 친일 바이러스(?)'라는 글을 통해 친일문학 담론에서 '민족주의적인 관점'과 '절대악'으로서의 '친일'이라는 관념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한다.
김 교수는 "'친일은 절대악' 등의 관념은 친일문학 속에 존재하는 '내면', '정신구조', '사상'의 측면을 단순화한 것"이라며 "기존 친일문학 행위자와 친일문학에 대한 비판은 '반성의 윤리'에 비추어 본다면 함량미달"이라고 지적한다.
또 "친일문학은 '복합적인 내면', '복합적인 상황' 아래서의 한 '선택'이었다"며 "친일을 절대선이라고 인식한 경우가 아니었다면 1930년대 후반 이후 친일은 차선 혹은 적어도 최선의 선택으로 인식된 식민주의의 한 출구였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허윤회 강사는 '1940년대 전반기의 서정주-그의 친일이 의미하는 것'이라는 글에서 "(1930-40년대) 신세대들에게 일제와의 협력이란 문학의 영토를 지키기 위한 수단일 뿐이며, 문학적 이념의 절대화를 끝까지 실험할 수 있는 시험대이기도 했다"며 "그 가운데에 서정주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허 강사는 "서정주가 징병제 권유에 앞장섰다는 등 그동안 친일문학과 관련한 논의들이 있어왔지만 1940년대 전반기 서정주의 친일 논리가 그의 시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다.
허 강사는 "해방 이후 서정주의 활동을 보면 자신의 친일이라는 자의식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며 "문학과 현실의 경계를 지워버림으로써 자신을 문학 속에 유폐시켜 버리게 된 것"이라고 부연한다.
이에 반해 홍용희 교수는 '민족적 전통지향성의 시적 추구와 대동아공영권'이라는 글을 통해 "서정주의 민족적 전통지향성 및 영원주의는 일본의 대동아공영권의 이상과는 변별되지만 미당은 이 둘을 '동방 전통의 계승과 보편성에의 지향'이라는 명제 속에 통합시켜 동일화했다"고 지적하며 이를 "서정주의 이성적 판단력과 역사의식의 결여"라고 비판한다.
홍 교수는 "문단 일각에서는 서정주에 대해 시인 개인과 텍스트를 분별해 시적 성과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려 하지만 그것은 친일문학의 실체와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홍 교수는 특히 서정주가 해방 이후에도 이승만 전기 집필, 전두환 찬양 등의 행보를 보인 점 등을 거론하며 "서정주의 민족적 전통지향성이 현재와 미래형으로 열리지 못하고 폐쇄적인 과거형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 점이 결국 그가 친일문학을 하게 된 동인"이라고 덧붙인다.
이밖에도 이번 미당문학제에서는 학술행사 외에도 시인학교, 대학원 학술 교류 세미나, 도서 전시회 등 다채로운 행사들이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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