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학자 강우방씨 "뿌리는 고구려"
삼국시대 이후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미술품에서 가장 흔히 만날 수 있는 무늬(문양)로 운문(雲文.구름무늬)이나 화염문(火焰文.불꽃무늬)이 있다. 어떤 미술품이건 빠지지 않는 이 무늬는 도대체 정체가 무엇일까?
미술사학자 강우방(66) 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은 5년 전인 2002년, 그 자신의 주된 관심 연구분야인 불상을 연구하면서 광배(光背) 문양의 연원을 추적하다가 고구려 고분벽화에 이미 자주 나타나기 시작하는 이들 문양을 새삼 주목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이후 그의 미술사 연구는 온통 이들 문양 해명에 집중됐다. 연합뉴스가 지난해 9-10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고구려 고분벽화 특별전을 개최했을 때도 그는 이들 벽화를 무수히 장식한 이런 문양을 관찰하느라 전시장에 상주하다시피 했다.
4x6배판 592쪽에 이르는 그의 신작을 '한국미술의 탄생'(솔 펴냄)이라고 명명한 까닭을 저자 스스로는 "고구려 고분벽화 무늬의 상징체계를 밝히며 그것으로 우리 미술전반에 걸쳐 새롭게 의미하는 바를 드러냈기 때문"이라고 자부하기도 한다.
박물관 퇴직 이후 이화여대 초빙교수를 거쳐 지금은 서울 신촌 이화여대 후문에 그 자신의 호를 딴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을 열어 운영 중인 강 전 관장은 운문 등으로 일컫던 무늬야말로 단순히 길상(吉祥)을 나타내는 장식물이 아니라 우주에 충만한 기(氣)를 여러 가지로 형상화한 것이기에 '영기문'(靈氣文)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런 영기문의 상징 의미와 전개 과정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한국미술의 근간이 통일신라시대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고구려에 있음을 알게 되었고, 더불어 그것의 해명은 비단 한국미술의 탄생에 대한 해명에 그치지 않고 "중국미술의 탄생, 일본미술의 탄생을 의미하며, 더 나아가 세계미술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기문에 대한 이런 해명을 발판으로 마침내 "인류가 탄생한 이래 이룩한 조형미술은 대부분 무늬"였으며, "우리나라 삼국시대 미술 역시 모두가 무늬였고, 불교미술의 불화 역시 모두 무늬였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고 강 전 관장은 덧붙였다.
그에 의하면 만물은 영기(靈氣)의 화신이므로 만물에서 다시 영기가 발산된다. 예컨대 용이나 봉황 또한 본질적으로 동물이 아니라 영기의 집적이므로 영기를 발산한다.
그렇기에 석가여래나 예수와 같은 성인은 광배를 통해 영기를 발산하는 모습으로 형상화되곤 하며, 금강역사상이나 사천왕상에서 자주 보이는 휘날림 또한 그들이 발산하는 영기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비단 이 뿐만 아니라 고구려 금동 삼족오 투조장식이라든가 고구려 금동보살의 보관, 백제 무령왕릉 출토 왕과 왕비의 관 장식, 백제 금동대향로, 경주 황남대총 출토 신라 금관이나 그에 장식된 곡옥(曲玉), 신라 성덕대왕 신종의 무늬, 고려 수월관음도 등등에도 영기문은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한다고 강 전 관장은 덧붙였다. 9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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