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자원 조사·면소재지 중심기능 강화 등 문화공존 탐색
전주에서 불과 30분 거리. 지금 진안 백운면에서는 '마을 만들기'가 한창이다. 그런 덕분인지 주민들 사이에서 '마을 만들기'는 익숙하게 전달된다. 주민들에게 살기 좋은 마을이란 경제적인 여건이 해결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십상이지만 좀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해 우선 당장의 경제적 효과보다는 긴 안목으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마을의 자생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진안 백운면에서 만난 사람들. 옹기장이 이현배씨(45·진안 백운면 마을조사단장) 구자인 진안군청 마을만들기 팀장(42), 이남근 백운면 주민자치위원장(53)이 그들이다.
이들은 진안을 살기좋은 마을로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고민하고 참여하면서 열정을 모아내고 있다. 물론 백운면의 마을가꾸기는 이들의 노력만이 아니라 주민들과 자생적으로 화합을 이끌어내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다.
진안의 마을 만들기 사업은 당초 농촌지역의 소득창출을 통해 마을의 경쟁력을 만들어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자연히 관광이나 농산물의 유통 등 생업과 관련한 것을 중심으로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다보니 경제 부분만을 인식하는 풍조가 만연하여 가시적인 결과에만 치중하는 현실을 만들어내었다. 그러나 군청에 마을만들기 팀이 만들어지면서 주민들의 의식 전환 교육이 이루어졌고, 그 덕분에 무형의 큰 성과를 이루고 있다. 팀장을 맡고 있는 구자인 박사는 공무원의 입장이면서 주민의 한 사람으로 그가 생각하는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마을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경제 부분을 무시할 수 없지만 환경, 문화, 복지 등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긴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마을이 자생력을 가지고 독립된 주체로서 살아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대부분 급하게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하지만 마을 가꾸기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여 과정을 설계하고 계기를 만들어 판을 만들어주고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성급히 이루려는 생각은 오히려 더 큰 실패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팀장은 그를 위해 주민의 의식이 변화될 수 있는 교육을 통해 네트워크를 만드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이현배 마을조사단장은 구팀장과는 조금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
"마을이라는 단어에서는 이미 자생적인 독자적 주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관에서 주도하여 만들어가려고 하는 방법 자체가 모순이 있라는 생각입니다.”
행정적인 시각 안에서 일본과 토양이 분명 다른데 그 사례를 그대로 벤치마킹하여 이루려는 발상은 한계를 안고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그러나 마을 만들기의 의미는 분명 필요하고 동의한다면서 그 방향을 이렇게 제시했다.
"마을만들기는 새로운 구성체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자원을 조사 하고, 면소재지의 중심 기능을 강화하여 유형과 무형의 공간을 창출해야 하지요.”
우리를 바로알고 문화를 매개로 해야만 고유성과 진정성이 함께 공존하는 마을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그의 확신이다.
실제로 마을 만들기와 관련한 주민 교육을 받고 있는 이남근씨는 백운면의 주민자치위원장을 맡으면서 여러 동호활동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매월마다 하는 주민 교육을 위한 워크숍을 통해서 새로운 활기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것을 발췌해서 진행하기 때문에 어색하지만 생동감이 있어서 좋고 주민들도 서서히 마을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생각이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소감이다.
마을 만들기에 대해 이들이 갖고 있는 공통된 생각은 "살기 좋은 마을의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종합적인 안목을 가지고 문화를 만들고 지키는 최소단위인 마을의 문화적인 동질감을 찾아내고 묶어서 새로운 자치규약과 구성체를 스스로 만들고 지켜가야만 한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구혜경 문화전문객원기자(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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