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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떠나요] ⑪진안 운교마을-②

'매사냥' 공중전 맹장, 자연 제압하다

매사냥 맥이 이어지고 있는 진안군 백운면 운교리 지형이 산태극 수태극이어서 꿩 등 들짐승들이 살기 좋다. 눈때문에 꿩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것도 매사냥의 좋은 조건이 된다. ([email protected])

매사냥에서 매가 부리는 재주는 기가 막히다.

 

"눈은 매 눈..”이라고, 매의 눈은 수백미터 떨어진 곳에서 신문 글씨를 알아볼 정도로 매우 밝다고 한다. 그래서 며칠 굶어 '배고파 죽겠는' 매를 팔뚝에 얹고 사냥에 나서면 매는 튀어나가려고 야단이다. 매 다리에 묶은 가죽줄을 단단이 붙들고 있어야 한다. 그러다가 매가 눈을 노려보며 고개를 유난히 유선형으로 곧추 세우고 폭격기가 공격자세를 취하는 모양으로 날렵한 자세를 취하는 순간이 있다.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꿩을 포착했다는 신호이다. 그때 봉받이(매를 팔뚝에 얹고 사냥을 총지휘라는 매사냥의 사람 주인공)는 지체없이 매를 내보내야 한다.

 

사람 손을 떠난 매는 곧장 꿩을 쫓아가 별 어려움 없이 덮친다. 꿩은 멀리 날아가기에 몸이 무겁고 매를 매우 무서워해서 아무데나 숨기에 급급하다. 밭둑 풀섶이나 다복솔 포기에 머리부터 처박고 들어간다. 제 꼬리가 긴 지는 모르는 모양이다. 때로는 매에 쫓긴 꿩이 민가 울타리를 넘어 부엌 아궁이 속이나 불때는 아낙네 치마폭으로 내빼 들어가는 수도 있었다고 한다. 그냥 자연 꿩구이를 얻는 셈이다. 풀섶에 꽁지만 내놓고 박힌 꿩을 매는 날카로운 다리로 찍어 끌어내 가슴털부터 뜯어낸다. 허무하게 사냥이 끝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가끔 난적(꿩)을 만나거나 어려운 전투조건을 만나 지혜로운 전략을 구사해야 할 때가 있다. 건강한 꿩은 높이 떠서 가속을 이용해 높은 산을 넘어 도망가는 경우가 있다. 매는 수직으로 급강하해 공격하는 속도는 빠르지만, 큰 몸집에 가속도 내 수평으로 죽을 힘을 다 해 날아가는 꿩을 따라잡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꿩이 높은 산을 휙 넘어 숨어버리면 '닭 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이때 발휘하는 재주가 '봉솟굼'이라는 것이다. 봉은 봉우리, 솟굼은 높이 솟는 일을 말하니, 산봉우리 위로 높이 솟는다는 뜻이다. 산봉우리 넘어간 꿩을 시야에서 놓치지 않기 위해 봉우리를 미쳐 넘지 못한 매가 수직으로 급상승해 시야를 확보한 다음 추격하는 지혜인 것이다.

 

또 북나들이라는 것이 있다. 꿩이 다복솔이나 작은 포기 나무들이 띄엄띄엄 우거진 숲에 들어가 나무포기 사이를 갈지자로 피해다니며 숨을 때 다리가 짦은 매가 다리로 꿩을 따라잡기는 어렵다. 이때 매가 바닥에서 이러저리 뛰쳐오르며 꿩을 쫓아다니는 광경을 두고 붙인 이름이다. 베를 짤 때 씨실을 먹이는 북이 날실 사이를 들락거리는 모습에서 따 온 말이다.

 

사냥매의 재주 가운데 진수는 '공중잽이'라는 것이다. 건강한 꿩이 공중 높이 떠서 창공을 횡단할 때 뒤따라 솟구쳐 오른 매가 허공에서 꿩을 잡아채 내려오는 장면인데, 이는 매사냥을 오래 한 사람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다. 공중에서 꿩을 잡아챈 매는 자기 몸보다 훨씬 무거운 꿩을 차고서 재빨리 땅에 내려앉아야 하는데 이때 고도의 착지술이 필요하다. 잘못하면 꿩과 함게 땅바닥에 곤두박질해서 동반자살하는 수도 있고, 진흙탕이나 물속에 떨어지면 해동청보라매의 후손으로서 망신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때 자존심 내세울 자격이 있는 매는 꼬리와 날개를 좍 펴고 고난도의 비행술로 자신과 덩치 큰 꿩의 몸을 잘 조종해서 물을 피해 사뿐히 내려앉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매사냥에서 꿩이 일방적으로 당한다고만 생각하는 것은 꿩의 자존심을 무시하는 일이다. 꿩에게도 조물주가 부여한 무기가 있으니 길고 짱짱한 두 다리가 그것이다. '눈은 매 눈'이라면 '다리는 꿩 다리'라고 할 수 있다. 꿩은 사실 '날아다니는 새'라 하기 보다는 '기어다니는 들짐승'이라고 하는 것이 어울릴 때가 많다. 꿩은 몸집이 크고 날개가 짧아 나는 일이 매우 즐겁지가 않다. 나는 경우는 훤한 곳에서 매를 만나는 등 위급한 경우이고 대부분 숲을 이용해 기어서 도망간다.

 

고 전영태 옹의 증언에 따르면, 언제인가 매우 기이한 꿩을 만났더란다. 아마 오래 살아서- 사람도 그렀듯이-경험과 삶의 지혜가 머리끝까지 차 있어 보이는 꿩이었다고 한다. 매사냥 도중에 매에 쫓겨서 땅바닥에 몰린 꿩이 등을 땅에 대고 벌렁 드러누워서 공격자세를 취하더란다. 그리고 매가 위에서 내리꽂자 튼실한 두 다리를 오그리고 있다가 탄력을 이용해 매를 걷어차 내버리는 것이었다. 뜻밖의 역공을 당한 매는 그 길로 나가 떨어져 뇌진탕으로 횡사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고, 이때 현명한 매는 옆 밭에 가서 날개에 흙을 잔뜩 묻혀와 꿩 위에서 털털 털어서 꿩의 시야를 제압해 공격한다고 한다.

 

매사냥은 이처럼 사람이 자연으로 하여금 자연을 부리고 제압하게 하는 놀이이다. 사람 또한 자연이 일부이니, 자연이 멀어져 간 초현대문명의 시대에 '자연순응'의 철학으로 신나는 겨우살이를 했던 조상들의 삶이 부럽기 짝이 없다.

 

다음 회에서는 사냥매의 훈련과 매사냥의 상세한 장면을 소개한다.

 

/여행전문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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