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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실 제작 세종시대 자격루 복원

28일부터 고궁박물관서 일반에 공개

조선 세종이 재위 16년(1434)에 장영실(蔣英實) 등에게 명해 제작한 첨단 시계의 일종인 보루각(報漏閣) 자격루(自擊漏)를 복원하는 사업이 완료됐다.

 

문화재청 산하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소재구)은 21일 오전 박물관에서 남문현 교수가 이끄는 건국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완성한 자격루 복원품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식에 참석한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자격루는 세종시대 우리 과학정신과 과학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 시대의 재료와 기술로 이렇게까지 정확한 시보장치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말했다.

 

복원된 자격루는 세종실록 보루각기(報漏閣記)에 기록된 장영실 작(作) 자격루를 모델로 삼았다. 세종 때 장영실이 제작한 자격루는 임진왜란 때 소실됐으며, 현재 덕수궁에 남아있는 자격루의 일부분(국보 제229호)은 중종31년(1536년) 창경궁에 설치됐다 옮겨진 것이다.

 

중종31년 창경궁에 설치된 자격루는 1865년 경복궁 중건 이후 경복궁으로 옮겨졌으며 1895년까지 표준시계로 사용됐다. 그러나 한일합방 이후 1911-1912년께 일본학자들에 의해 창경궁으로 이전됐으며 1938년에는 다시 덕수궁으로 옮겨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남 교수팀은 2004년부터 11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중종31년 설치한 자격루의 실측작업을 실시하고 국내외 관련 문헌 조사 및 고증작업, 3차에 걸친 세미나 개최 성과 등을 토대로 복원품을 제작했다.

 

복원 자격루는 물을 저장하고 흘려보내는 3개의 대.중.소 파수호(播水壺)와 물을 받아 수위를 조절하는 수수호(受水壺), 12시(十二時)마다 종을 울리는 장치인 시기(時機), 1경(一更. 오후 7시 무렵) 이후 5경(五更. 오전 3시 무렵)까지 북과 징을 울리도록 하는 장치인 경점시보기구 등으로 이뤄졌다.

 

일렬로 놓인 3개의 파수호를 통과한 물이 수수호에 모이면 수수호의 수위가 올라가게 된다. 수수호에는 잣대가 띄워져 있는데 수위가 일정 정도 이상으로 상승하면 방목(方木)을 건드리게 되고, 방목 내에 설치한 구슬이 낙하하면서 자격루의 종이 울리는 원리가 적용됐다.

 

반면 현재 덕수궁에 남아있는 국보 제229호 자격루는 대.중.소 3개의 파수호 가운데 중.소 파수호를 나란히 놓는 2단 방식으로 설치돼 있는데 이는 일본인 학자들이 1911-1912년 사이 자격루를 이전하면서 저지른 오류로 드러났다.

 

자격루 제작에 대해 세종실록에는 "시각을 알리는 사람이 잘못 알리게 되면 중벌을 면치 못함을 염려하여 (세종이) 장영실에게 명해 시각을 알리는 일을 맡길 시보(時報) 인형을 나무로 만들었으니, 이에 시각을 스스로 알림으로써 사람의 힘이 들지 않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자격루 복원품은 국립고궁박물관이 전면 개관하는 28일 이후 관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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