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적 수집가 '진언집' '천자문' '훈몽자회' 정리해서 책으로 펴내
2년 만에 다시 만난 김해정 우석대 명예교수(67)는 건강이 많이 좋아진 듯 보였다.
파킨슨병으로 불편했던 거동은 제법 자유로워 졌고, 알아듣기 힘들었던 발음도 꽤 명쾌해 졌다. 이제는 집 서재로 대학원 학생들을 불러들여 강의도 할 정도다.
오랜만에 만난 김교수는 “책을 냈다”며 여러 권을 내놓았다.
「진언집(眞言集)」과 「천자문(千字文)」 「훈몽자회(訓蒙字會)」(홍문각) 영인본. 각각 4권, 6권, 2권 등 총 12권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여기에 「언삼국지, 춘향전」도 함께 정리했다.
‘진언(眞言)’이란 힌두교와 불교에서 신비하고 영적인 능력을 가진다고 생각되는 신성한 말. 김교수는 “「진언집」은 인도에서 범자(梵字)로 기록한 책을 당나라에서 수입해 한문(漢文)으로 번역을 했고, 우리나라는 한문으로 된 책을 우리 음으로 음역(音譯)했다”며 “그래서 불경의 내용을 일반인들은 잘 알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옮긴 「진언집」은 앞과 뒤가 떨어진 아주 오래된 책. 김교수는 “이 책은 가장 오래된 「진언집」으로 알려진 설은이 1569년 전라도 무등산 안심사에서 간행한 것의 원간본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설은의 「진언집(眞言集)」에 중간본이라고 기록돼 있으며, 두 책의 판심을 비교해 봐도 김교수가 소장하고 있는 것이 고본임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천자문」 간행은 우리나라에서 간행된 모든 천자문을 한 데 모아서 정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초학자들을 위한 교재로서의 의미도 담았다.
“「천자문」이 아주 다양한 모습으로 간행돼 많은 자료들이 현재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선 제 주변에서 모을 수 있는 「천자문」 이본(異本)들과 유사한 「유합(類合)」 「통학경(通學經)」「이천자문(二千字文)」을 함께 하나의 묶음으로 엮어서 이와 유사한 자료들이 새로 발견되면 계속 엮어낼 생각입니다.”
1500년대 한자 학습서인 「훈몽자회」는 하나의 다른 묶음으로 했다. ‘가람 등사본 훈몽자회’라는 부제도 붙였다. 김교수는 “이 책은 가람 이병기 선생이 찾아낸 원본 수준의 등사본이다”고 덧붙였다.
“고서적들을 수집하다 보니 한 권 한 권이 전부 국어사 연구에 귀한 자료더군요. 서지학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죠. 가지고만 있으면 부서지니까 여러 사람이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정리해야겠다 싶었습니다.”
40여년 동안 전국을 돌며 수집한 책들. 이미 낡을 대로 낡았지만 김교수에게는 후대에 물려줄 소중한 자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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