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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떠나요] 말의 귀 닮은 진안 '마이산'

신비한 설경 속으로

마이산 절경. ([email protected])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경포대와 호미곶, 그리고 태백산, 향일암, 해남땅끝, 심지어는 해가 지는 서해쪽의 당진 왜목마을, 서천 마량포구 등에 해맞이 인파가 몰린다. 사람들은 그만큼 이 땅의 자연현상에서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땅은 인구의 많음에 비해 넓이가 너무나 좁다. 더구나 둘로 갈린 한쪽 남반부는 어디를 가나 당일로 돌아올 수 있는 거리인데도 어떤 곳은 '정치적 편견'으로 마음의 문마저 닫고 사니, 새 해를 보면서 얼마나 더 빌어야 진정한 화합이 될지 안타깝다.

 

조상들은 이 땅을 금수강산이라 일컬었으니, 그건 만주벌의 광활함과 백두의 웅장함으로부터 지리.한라산의 아늑함을 다 아울러서 한 말이리라. 그러나 '신라 통일'의 날로부터 이 땅은 '비단 수 놓은' 아름다움의 머릿녘을 잃었거나 남북 분단으로 색깔이 바래게 되었으니 '관광의 시대'니 '한국방문의 해'니 하는 말이 들려올수록 이 땅의 원형에 대한 회한은 더 커지기만 한다. 새 세기를 여는 아침, 작고 쪼그라졌지만 동서의 통합과 남북의 이어짐을 갈망하며 이 땅 자연의 의미를 생각하는 여정을 가져볼 만하다.

 

 

좁디좁지만 남녘 땅 구석구석엔 아직 조상들이 '금수강산'이라 일컬을 근거가 되었을만한 형상들이 남아 있다. 새떼처럼 떠 있는 다도해 저녁놀 사이로 진짜 겨울철새가 떼지어 날고 그 아래로 고깃배가 귀항하는 모습이 그렇고, 바위와 소나무가 두툼한 눈옷을 갈아입고 수평선을 향해 팔 벌린 설악의 모습이 또한 그렇다.

 

 

그 가운데 전북 진안 마이산의 겨울모습은 신비스런 조화들이 곁들여져 있어서 종교적인 경건함마저 불러일으킨다. '말의 두 귀처럼 생겼다'는 마이산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특이한 형태를 갖고 있다. 산 전체의 규모가 작아서 별로 세인의 관심을 끌지는 못하지만 형태에서는 한국 안에서도 백두산과 한라산을 포함해 단연 특출하다. 동서로 나란히 서 있는 수마이산(678m)과 암마이산(685m)은 영락없이 말의 귀를 닮았으면서 남북 사면에 기후, 지형학적 차이를 뚜렷이 남기고 있다. 습한 북사면에는 식생이 번성하여 나무가 털처럼 덮여 있으나 남사면은 건조하여 식물들이 빈약하다. 또 두 봉우리는 금강과 섬진강의 분수계가 된다.

 

마이산을 보는 사람들은 거대한 산봉우리가 하필이면 저렇게 말의 귀를 닮았을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 된다. 그러나 마이산의 형태는 지질분포나 여러 퇴적환경 등의 배경에 의한 장기간 지형변화의 자연적 산물이요, 우연일 뿐이다. 그런데 희한한 현상이 더 있다. 마이봉 너머 마령(말고개)면 소재지에서 서쪽으로 2km 지점 말고개에 큰 바위봉우리가 있는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또 한번 탄성을 지르게 된다. 바위봉우리가 일부러 조각이나 한 것처럼 말의 머리를 빼어 닮았다. 그런데 그 말 머리에 귀가 없는 것이 아닌가. 그 두 귀가 건너편으로 떨어져 나가 마이산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누군가가 따로 설명을 붙여주지 않아도 될 일이다. 이 '마두봉'과 마이봉은 약 3km 거리를 두고 마주보고 있다.

 

마이산엔 이밖에 신비스런 자연물로 탑사의 돌탑과 은수사의 거꾸리고드름이 있다. 임실 사람 이갑용 처사는 1885년(고종 25년)에 마이산에 들어 수도하면서 혼자 120여기의 돌탑을 10여년에 걸쳐 쌓았는데 지금은 80기가 남아 있다. 탑은 높이 1m에서 15m까지 있는데 태풍이 불면 흔들리지만 돌 하나 무너지지 않는 신비로움이 있다. 탑사 위 수마이봉 아래에 있는 은수사에서는 매년 겨울 그릇에 물을 떠 놓으면 가운데서 고드름이 치솟아 오른다. 이 고드름 앞에서 기도를 하면 소원이 잘 이루어진다고 하여 추위에 아랑곳않고 사람들이 줄을 선다.(끝)

 

/여행전문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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