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발품 조세이탄광 사건 생생히 담아내
“아이들은 우리 나라가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기간이 36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단순히 암기를 하고 있는거죠. 일제시대를 경험한 우리 조상의 아픔을 가슴으로 느끼진 못하고 있죠. 이런 아이들을 위해 이 책을 출간했습니다.”
아동문학가 박예분씨(44·전주시 인후동)가 아동청소년 역사 논픽션 「뿔난바다」(청개구리)를 내놨다. 일제 강점기인 1942년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니시카와 해역에 있었던 조세이탄광에서 수몰된 조선인 광부 135명에 관한 이야기다.
“당시 바다 밑에 탄광이 있었습니다. 육지에서 바다 밑으로 굴을 파 석탄을 채굴했죠. 전쟁 물자 확보에 혈안이 된 일본은 붕괴 위험에도 불구하고 조선인 광부들을 석탄 채굴에 투입해, 결국 135명이 수장되는 참사가 일어났죠.”
박씨는 지난 2006년 5월 조세이탄광 조선인 수장사건을 동아일보 기사에서 접했다. 곧바로 일본 조세이탄광 희생자 대한민국유족회에 연락해 그들을 만났다.
“조세이탄광사건이 역사의 기록에서 빠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유족들을 만나 조세이탄광 얘기를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었죠.”
그는 유족들과 함께 2007년 2월 현해탄을 건너 니시카와 해역에서 열리는 추모제에 참석했다.
“1992년부터 조세이 탄광 앞 해역에서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아직까지 이름도 찾지 못하는 조선인들이 있다는 얘기에 참가자들 모두 가슴이 뭉클했죠.”
추모제에서 그가 본 바다위 조세이탄광 환풍구는「뿔난바다」를 상징한다. 멀리서 본 바다의 뿔은 당시의 참상을 간직하고 있었다.
“벌써 60년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조세이 탄광의 환풍구는 바다에 성난 뿔처럼 있었습니다. 유족들의 마음에 아직도 그 뿔이 드리워져 있었고요.”
그는 당시 참사에서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은 김경봉씨(86)과 설도술씨(91)를 만날 수 있었다.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조세이탄광 수몰사건을 잊지 못하는 그들.
“탄광이 무너지기 며칠 전부터 물이 새기 시작했다고 해요. 할아버지들은 일본인 감독관들이 와서 새는 곳을 조사했지만 조선인 광부들에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말씀하셨죠.”
이렇게 잊혀지는 역사가 가슴아팠다는 그는 책을 펴내기로 마음먹었다. 지난해 추모제에 다녀온 이후 꼬박 1년 동안 유족을 만났고 자료를 수집했다. 아이들의 시와 편지도 모았다. 「뿔난바다」를 역사에 새기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역사를 모르면 자신을 알 수 없잖아요. 슬픈 역사지만 일제시대 역사도 우리 역사고요. 우리는 아직도 이런 역사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아동문학을 하는 사람의 역할을 다한 다는 기분으로 이 책을 펴냈습니다.”
아이들의 올바른 역사관 형성을 위해 조금만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는 그는 가족이 함께 읽는 「뿔난바다」를 상상한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바른 역사의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어른들도 함께 읽으면 몰랐던 조세이탄광 사건을 알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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