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 묻힌 시인들을 가슴으로 그린 전북문학사 '큰별'
유엽, 김창술, 이연주…. 이 낯선 시인들은 그러나 전북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들이다.
문학의 중앙 집중화를 우려해 온 문학평론가 최명표씨(48). “문향임에도 불구하고 유명한 작가들에만 연구가 집중되는 현상이 안타까웠다”는 그가 「전북 지역 시문학 연구」(청동거울)를 펴냈다.
눈에 띄는 것은 3부에 엮인 ‘전북 지역 시인론’. 유족들을 찾아다니며 「김창술시전집」을 묶기도 했던 최씨는 “한국 문학사에 김창술은 ‘무학의 노동자 시인’으로 기억되고 있지만, 사실 남부시장에서 포목장수를 하며 사회주의와 독립운동 자금을 대고 있었다”며 “문학사의 오류를 시정할 수 있었던 것은 가난한 연구자가 누릴 수 있는 가슴 벅찬 특권이자 보람”이라고 말했다.
완주 고산 출신으로 ‘해방기의 문제적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유진오 시인에 대해서는 “해방 정국의 격동기를 온 몸으로 살았던 이 지역의 유일한 시인”이라고 했다. 그는 “유진오는 ‘인민의 계관시인’으로 칭송받을 정도로 각종 정치 집회에 참가해 소신 밝히기를 주저하지 않았지만, 그런 면은 소수이고 서정적이고 여린 감수성의 시를 많이 썼다”고 분석했다.
불혹을 나이에 스스로 세상과 인연을 끊은 이연주에 대해서는 “요절한 어떤 시인은 죽음조차 미화되어 변변치 못한 시적 성취 수준까지 상향되는 것에 비해, 갑작스럽게 사라진 그녀의 훌륭한 시적 성과는 동반 수장되는 아픔을 당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밖에도 1부 ‘전북 지역 문학 연구 현황’을 통해서는 지역 문학 연구의 과제를 제시했으며, 2부 ‘김해강 시인 연구’에서는 지역 문단의 조직과 활성화에 진력한 김해강 시인의 시세계를 분석했다. 4부 ‘전북 시인들의 최근 시 경향’에는 지역 시인들의 시평집이 실렸다.
정읍 출신으로 전북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수료한 그는 요즘 전주 출신 소설가 이익상에 대한 글을 준비하고 있다. 최씨는 “이익상은 매일신보와 조선일보, 동아일보 기자를 거치며 김해강과 신석정, 김창술이 중앙에 작품을 발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던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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