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소멸되는 존재로 그려져"
「혼불」에 등장하는 노년의 청암부인. 식민지 시대가 들어서자 곧 죽음을 맞이하는 청암부인의 노화된 육체는 식민지 시대 스러져가는 한국 사회의 현장이다.
최명희문학관과 여성다시읽기가 주최한 ‘월례문학세미나’가 지난 22일 최명희문학관 지하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 주제는 ‘노년문학 관점에서 최명희 소설읽기’. 발제를 맡은 김은혜씨(전북대 국문과 박사과정)는 “청암부인은 기존의 윤리와 체제가 무너지는 시간과 병행해 그 인생을 마감했다”며 청암부인의 죽음에 의미를 뒀다.
최명희 단편소설 ‘만종’을 주목한 김씨는 “농경사회였다면 노인들이 오랜 경험을 통한 전통과 지식의 전달자로서 그 권위와 역할은 부동적이겠지만, 핵가족 사회와 산업화 시대 접어들면서 그 역할을 상실하게 되고 사회적 지위 또한 낮아져 위축된 활동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만종’은 198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무너져 가는 문화재와 이를 배경으로 한 두 노인 ‘봉사할멈’과 ‘맹오리영감’의 모습을 그린 작품. 여성노인이자 장애인이고 가난한 거지인 ‘봉사할멈’은 전동성당의 종소리에 맞춰 절을 하는 병적인 의례를 보이며, 남성노인인 ‘맹오리영감’은 역사가 흐르고 있는 경기전을 지키는 수호자로서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는 긍정적 역할로 그려진다. 그는 “‘봉사할멈’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터부의 대상으로 절을 하는 하향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면 남성노인인 ‘맹오리 영감’의 사회적 지위와 시선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여성노인과 남성노인으로 논의를 확장시켰다. 김씨는 “‘만종’은 현대화 과정에 대한 전망을 우울하게 그려내는 가운데 노인들은 부활하거나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거나 소멸되는 존재로 그려진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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