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 오른 월급이 100만원...대학원 계속 다닐 수나 있을지
앗! 오늘도 늦잠이다. 어젯밤 행사 때문에 야근을 하느라 피곤했나 보다. 서둘러 준비를 하고 출근시간을 맞추기 위해 3200원을 들여 택시를 탔다. 물론 아침식사는 그림의 떡. 야근을 밥 먹듯이 하기 때문에 적응이 되었지만 수당을 못 받는 건 여전히 서운하다. 그런데 오늘은 휴일이다. 시골집에도 내려가야 하고, 일주일 밀어 둔 빨래도 해야 하고, 친구 만나 커피숍에서 한 두어 시간쯤 수다도 떨고 싶다. 하지만 문화시설에서 근무하면서부터 여성이고, 무엇이고 절반은 접었다.
컴퓨터를 켜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다. 다음 주에 있을 행사 보도의뢰 자료작성, 홍보물 제작, 행사 사진촬영, 언론사 인터뷰 일정잡기, 강좌 기획서 작성, POP 작성, 체험행사 진행, 숙박 손님 상담, 연찬 음식준비와 서빙……. 휴, 벅차다. 그래도 지금은 설거지는 안 한다. 언젠가 집에 내려갔더니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 농사짓는 사람 손 같단다. 슬펐다.
2월 25일 월급을 받았다. 이것저것 떼고 나니 통장에 찍힌 돈은 1백만 원이 안 된다. 2년 전에 비하면 30만원 정도 올랐지만 실제 받는 급여로는 돈 10만원 차이. 식비 25만원, 교통비 15만원, 원룸 월세랑 가스·전기요금 합해서 20만원, 책사고 영화관람 같은 문화생활에 10만원, 그리고 아끼고 아껴서 저축 25원. 대학원도 진학했는데 큰일이다. 첫 학기 등록금이야 집에서 협찬을 받았지만 200만원이 넘는 학비를 어떻게 감당하나. 25만원씩 열두 달 모아봤자 300만원인데, 앞이 깜깜할 뿐이다. 대학원 공부하려면 매달 50만원 정도는 저축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월급이 150만원은 되어야 하는데. 뭐, 하는 수 없지. 일단 일과 공부를 병행하겠지만 그게 어려워지면 과감히 일을 포기해야지. 어쨌든 공부를 더 해야 지금보다 좋은 직장에서 근무를 할 수 있는 것이고, 결혼도 할 수 있는 아니겠는가.
돈도 적고, 언제 짤릴 지도 모르는 파리목숨. 부모님 왈, "언제 그만 둘래? 돈도 적고, 쉬는 날도 맘대로 못 쉬고. 차라리 젊었을 때 공부를 더 하든지.” 같이 사는 동거녀 왈, "너, 생각보다 오래 버틴다. 얼굴 좀 보고 살자. 우리가 같이 사는 거 맞냐?”
구질구질하게 사는 나에게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젊어서 하고 싶은 일 하는 게 좋은 거 아닌가.
위의 사례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전주시 민간위탁 문화시설에서 2년 4개월째 근무하고 있는 26세 여성 M씨의 생활이다. M씨의 사례는 곧 전주지역 문화인력 전체의 실상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문화인력에 대한 다른 시각이 필요할 때다. 문화인력이 생각하는 문화(시설)와 가치, 문화인력이 느끼는 문화현장에서의 삶에 대해 갈등(conflict)이라는 측면에서 문화인력의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
/정훈 문화전문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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