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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찾은 소설가 정을병씨 "소설은 자기인생 걸고 쓰는 것"

고즈넉한 옛 전주 그리워…새책은 올가을 발간 계획

일흔을 훌쩍 넘겼지만 그에게 파란색 점퍼와 청바지는 잘 어울렸다.

 

1974년 한국소설가협회를 만들었던 정을병씨(74)가 19일 전주를 찾았다. "멋지세요"라는 말에 "옷이 젊은 게 아니라 마음이 젊은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거침없고 힘있는 말투였다.

 

"지금까지 책을 71권을 냈는데, 아마 우리나라에서 내가 책을 가장 많이 냈을 겁니다. 건달처럼 돌아다니고 연애도 많이 하고…. 다 내가 체험하며 얻은 것들이니 힘들 것 없어요."

 

정씨는 "소설은 자기 인생을 걸고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책상에 앉아서 아이디어 가지고 적절하게 상상해서 쓰려면 리얼리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그런 글은 살아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글쓰는 사람이 더 열심히 읽어야 하는데, 요즘 작가들은 독서량이 부족해요. 그러다 보니 지성이 떨어지죠. 쉽게 넘어가려고 하는 경향이 강한데, 공부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정씨는 "그러다 보니 독자들이 실망하고 독서인구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는 문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형보 시인하고는 50년 친구라고…. 최승범 김남곤 시인도 오랜 친구죠. 여기에 산천을 보러 오는 게 아니라 친구들 보러 오는 겁니다."

 

그는 "고즈넉한 한옥이 있던 옛날 전주가 참 좋았다"며 "몇 십년 사이 전주가 넓어지고 도시화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정씨는 "세계에서 가장 길다고는 하는데, 새만금도 궁금하고 봄바다도 궁금하다"며 새만금 현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씨는 "죽음이 뭔가에 대해 쓰고 있다"며 새책은 가을쯤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목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충 「죽음의 향기」라고 정해놓았다. 그는 "죽음에 대해 알게 되면 삶도 알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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