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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모르는 문화이야기] (20)연주를 지배하는 손 '페이지 터너'

악보 볼줄 알고 피아노연주 가능해야...

영화 '페이지 터너'의 한장면. ([email protected])

가난하지만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소녀 '멜라니'. '멜라니'는 부모님에게 반드시 유명 음악학교에 합격하겠다고 약속하지만, 시험장 심사위원장인 '아리안'의 행동 때문에 정신이 산만해져 연주를 망치게 된다.

 

10년 후, '멜라니'는 가정교사로 '아리안'의 집에 들어가지만, '아리안'은 그녀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오히려 '멜라니'에게 혼자서는 피아노 연주가 힘들다며 악보 넘기는 일을 부탁한다. '아리안'의 든든한 보조자로 인정받은 '멜라니'. 하지만 무표정한 얼굴 뒤로 서서히 10년 전 자신의 꿈을 망친 '아리안'을 향한 복수가 시작된다.

 

국내에서는 2007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페이지 터너(La Tourneuse De Pages, 2006)'. '연주를 지배하는 차가운 손길'을 부제로 한 이 영화는 '페이지 터너'란 흔치 않은 소재로 스릴러를 펼쳐보인다.

 

흔히 '넘순이' 또는 '넘돌이'로 불리는 '페이지 터너(The Page Turner)'. 페이지 터너란 악보를 대신 넘겨주는 사람을 가리킨다.

 

피아니스트는 복잡하고 어려운 곡을 연주할 경우 페이지 터너의 도움을 받는다. 무엇보다 피아니스트와 완벽하게 호흡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악보를 넘기는 타이밍이 너무 빠르거나 늦을 경우 자칫 연주의 흐름을 끊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페이지 터너가 긴장해 악보를 두세장씩 넘기거나 심지어는 악보를 건반 위로 떨어뜨리는 경우도 간혹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페이지 터너의 숨소리에 영향을 받는 피아니스트도 있다"며 "페이지 터너는 악보를 읽을 줄도 알아야 하며 직접 피아노 연주까지 가능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대 위에서 가장 예민할 수 밖에 없는 연주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기 위해 페이지 터너는 작은 행동이라도 조심한다. 관객들을 생각해 연주자를 가린다거나 연주자 보다 튀는 옷차림을 해서도 안된다. 때문에 페이지 터너들은 객석에서 봤을 때 연주자 왼쪽에 위치하며 옷차림도 대개 검은색 정장으로 차려입는다. 무대에 오를 때도 연주자 다음에 입장하며, 연주가 끝난 후 박수가 쏟아질 때도 페이지 터너는 의자에 앉아있어야 한다.

 

페이지 터너는 뒤에서 조용히 연주자들을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하지만 연주자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연주를 듣는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사람들. 페이지 터너를 전문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지만, 도내에는 연주자들이 제자들과 함께 오르거나 음악 전공자들을 아르바이트로 쓰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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