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신 / 김소연 글 / 주니어 파랑새 / 8500원
조선시대 역사 동화집. '꽃신' '다홍치마' '방물고리' 등 세 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16세기 기묘사화의 정치적 배경으로 엮은 '꽃신'은 역모 죄를 쓴 선예가 절에 머물면서 화전민의 딸 달이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 비극이라기 보다 때 묻지 않은 소녀의 진심이 느껴지는 글이다. 달이가 민들레와 짚신을 엮은 꽃신을 선예에게 선물해주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방물고리'에선 병든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시장을 누비는 덕님이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다홍치마'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전라도 강진 유배 때 썼던 글이다.
각 글의 제목은 작가가 글 속에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물건들의 이름을 빌려 온 것이다. 나아가 이 소재들은 소설 속 인물들의 관계를 엮어주는 역할도 한다.
김동성 화가의 그림은 인물의 표정, 행동, 옷고름 하나까지 치밀하게 담아내면서도 서정성을 드러냈다. 이야기의 끝은 현재 진쟁형으로 마무리 해 풍부한 여운과 상상의 여지를 남긴다.
▶ 내가 만난 꿈의 지도 / 유리 슐레비츠 글 / 시공주니어 / 8500원
전쟁 속 불행을 담담히 그렸다.
작가 유리 슐레비츠는 제 2차 세계 대전 때문에 8년간이나 유럽을 떠돌던 어린 시절의 자화상을 그렸다.
그가 전쟁의 아픔을 끄집어 낸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 처하더라도 꿈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걸 전하고 싶기 때문.
그는 간신히 끼니를 때우면서도 빵 대신 지도를 사오는 아빠를 등장시킨다. 당장의 허기진 배를 채우기 보다 희망으로 내일을 채우길 원해서다. 아이도 처음엔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차츰 지도 속에 빠지면서, 희망을 꿈꾸기 시작한다. 판타지의 세계로 들어가 고통스러운 현실을 잊는다. 그리고 먼 훗날 가장 주목받는 그림책 작가로 성장한다.
전쟁이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를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들며 자연스럽게 엮은 작가의 천재성이 놀랍다. 글 역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 라푼첼, 머리를 자르다 / 토니 브래드먼 글 / 중앙출판사 / 6500원
치렁치렁한 긴 머리를 자르고 싶은 라푼첼. 머리 감는 일도 종일 걸리는 데다 운동도 마음대로 할 수 없기 때문. 산뜻하게 잘라 버리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머리 자르기를 망설이는 이유는 단 하나. 왕자가 그녀의 긴 머리를 너무 좋아해서다.
하지만 그녀는 과감하게 짧은 머리로 변신한다. 적극적으로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누군가 자신을 구해주길 기다리는 나약한 여성이 되고 싶지도 않고,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옴짝달싹도 못하게 되는 것도 거부하고 싶다. 좋아하는 운동도 실컷 하고 싶고, 자유분방하게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해보고 싶다.
그러자 왕자도 라푼첼의 모습을 존중하기 시작한다. 밝은 웃음을 찾고, 활기차게 지내는 그녀를 보면서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긴 머리 때문에 축 늘어져 있던 라푼첼의 모습은 이젠 찾아볼 수 없다. 딸을 자녀로 둔 부모들이라면, 여자 아이에게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 두 사람 /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 / 사계절 / 9800원
두 사람이 함께 하면 쉬운 일도 있고, 어려운 일도 있다.
사랑했다가 미워했다가, 헌신하다가 다퉜다가 감정의 줄다리기도 많이 한다. 이 책은 이런 관계의 다양한 면을 그림과 글을 통해 은유적으로 그려냈다.
작가는 먼저 반쪽만 있는 여자 옷과 남자 옷이 두 개의 단추로 여며져 한 벌을 이루는 그림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완전한 하나를 이룬다는 메시지다. 모양·색깔이 다른 열쇠·자물쇠들을 보여준다. 서로 꼭 들어맞는 한 쌍만이 서로의 마음에 열쇠와 자물쇠 구실을 할 수 있다고도 제시한다.
달리나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작품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기묘하면서도 사색적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한 작가의 사려 깊은 비유가 엿보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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