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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힘 2050] 이지현 객원기자의 필봉농악 중국동행기(상)

'같은 핏줄' 확인시켜준 감동과 화합의 하모니…풍물·사물놀이에 마임공연까지

지난달 중국 연길에서 펼쳐진 임실 필봉 농악단의 풍물공연 모습.사각형안에는 최경식씨의 마임공연. ([email protected])

(사) 열린문화와 임실 필봉 농악단에서는 매년 중국 연길에서의 한중문화교류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이번 공연은 지난 달 6월 23일부터 27일까지, 4박5일간의 일정으로 이루어졌는데, 한중문화교류 동행취재기를 2편에 걸쳐서 싣고자 한다.

 

'우리의 말과 글은 우리의 뿌리 길림성은 조선족 자치구로서 간판에도 한글을 먼저 쓰도록 돼 있다. 이는 조선족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아직도 관에서 쓰는 문자는 한자다. 우리말과 글을 생활화해야 한다. 우리의 말과 글은 우리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연길시에서 첫 공연이 있던 6월 24일 연변일보에 나온 사설 일부다. 연길에 당도해 공연을 앞둔 일행들은 연변일보에 등장한 사설 한 구절을 되뇌였다. 첫 공연이라 긴장한 공연단원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기에 충분한 글이었다. 머나먼 고국땅에서 온 공연단에게도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 우리말과 글을 잊지 않고, 그 뿌리를 지키고자 했던 같은 핏줄이라는 공감대가 있어서다.

 

첫 공연은 연길시의 가장 번화가에 위치한 '시대광장'에서 마련됐다. '시대광장'은 자본주의 열풍이 거센 곳. 사회주의 국가 도시 한복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계 유명 스포츠매장이 들어서 있는 데다, 사방엔 백화점과 서구화된 상점들이 즐비해 있다.

 

이날 첫 공연은 양진성 단장이 이끄는 임실 필봉농악단의 신명나는 길놀이로 시작됐다. 풍물 소리를 듣자마다 삼삼오오 광장으로 몰려든 조선인들이 눈에 띄었다. 순식간에 꽤 많은 무리들이 모여 들었다.

 

이어 한중 양측 대표들의 간단한 인사말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공연에 들어갔다.

 

연길에서는 세 번째 공연이라는 (사)열린문화 김영배 이사는 "많은 조선 사람들에게 우리 풍물을 알려, 우리 문화를 전하는 게 목적"이라며 "자비를 털어서까지 중국을 찾아 무대를 마련해 준 임실 필봉농악 단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마임배우 최경식씨도 인사말을 전했다. 최씨는 그간 중국을 비롯 수많은 해외 봉사 공연을 해왔었다. 하지만 그도 중국 공연은 처음이라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게다가 연길 사람들에게 마임은 생소한 문화 장르. 태어나 처음으로 마임을 본다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정도다.

 

하지만 최씨의 걱정은 잠시의 기우에 불과했다.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사람들은 오히려 신기한 듯 넋을 잃고 마임 공연에 빠져들었다. 특히 최씨가 풍선이나 비눗방울 퍼포먼스를 할 땐 아이처럼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마임 공연 하는 내내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다"는 최씨는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기뻤다"고 말했다. 그동안 해외 공연은 많이 해봤지만, 연길에서의 공연은 마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됐다는 것.

 

"연길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은 정서를 가진 한민족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는 "다음 공연엔 제대로 된, 정식 마임 작품을 갖고 찾았으면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씨의 마임 공연에 이어, 차형철씨의 라이브 공연, 송기영씨의 클래식 기타 연주, 그리고 임실 필봉농악단의 가야금 연주, 사물놀이가 펼쳐졌다.

 

연길 사람들의 관심과 호응이 기대했던 것보단 높지 않았지만,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한국에 온 공연단에게 박수와 격려로 화답을 해주었다.

 

환호성과 뜨거운 박수. 공연단에게 그보다 더 큰 선물은 없었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이들은 눈물과 웃음을 함께 공유하는 같은 겨레인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지현(여성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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