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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모르는 문화이야기] (30)소리꾼은 왜 부채를 들고 할까?

긴장감 고조되는 대목에서 시청각적인 효과 줄수 있어

왼쪽부터 안숙선 명창, 김일권 명창, 송순섭 명창. ([email protected])

"뭘 어떻게 해요. 빌려서라도 들고 올라가야죠. 그리고 다른 것도 아니고, 어떻게 소리꾼이 부채를 빠뜨릴 수가 있겠어요."

 

대회나 공연에서 부채를 챙기지 못했을 경우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소리꾼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대답했다. 소리를 할 때 반드시 부채를 들고 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국악인들이나 연구자들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당연한 걸 물어본다는 식의 반응이었다.

 

판소리에서 소리꾼들은 왜 부채를 들고 소리를 할까?

 

2005년 국립민속국악원이 발간한 「명창을 알면 판소리가 보인다」에는 '소리꾼은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합죽선을 들고 소리판에 서는데, 언제부터 왜 부채를 들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는 문헌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다. 하지만 19세기 초반 모흥갑의 판소리 장면이나 판소리 관련 그림자료에서 어김없이 부채를 들고 소리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어서 그 역사적 연원이 근래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고 나와있다. 모흥갑의 판소리 장면은 서울대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평양감사 환영연도' 10폭 병풍 속에 그려진 것. 판소리에 관한 가장 대표적인 그림으로 꼽힌다.

 

판소리 연구가 최동현 군산대 교수는 '판소리 무가기원설(巫歌起源說)'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제시했다. 최교수는 "판소리가 무당들의 노래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무가기원설'에 비추어 보면, 무당들이 부채를 쓰던 관습에 따라 소리꾼도 부채를 들게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리판에서 부채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마치 줄을 타는 줄광대가 부채를 이용해 몸의 균형을 맞추듯이 소리꾼은 소리 내용을 표현하는 소도구나 소리에 곁들여지는 품위있는 너름새의 도구로 부채를 사용한다.

 

부채는 춘향이가 매를 맞을 때에는 곤장이 되고, 흥부가 박을 탈 때에는 톱이 되고, 심봉사가 길을 걸을 때에는 지팡이가 돼 판소리의 연극적 표현을 돕는다. 물론, 소리꾼이 열창을 하다가 더워서 부채질을 하는 경우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한정원 국립민속국악원 학예연구사는 "긴장감이 고조되는 대목에서 접혀져 있는 부채를 소리나게 펼쳐냄으로써 청중들에게 시청각적인 효과를 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소리꾼 김민영 전주시립국악단 단원은 "평소 연습을 할 때에도 힘주어 소리를 지르기 위해 손에 부채나 북채를 쥐고 한다"며 "무대에 오를 때에는 부채를 꽉 쥠으로써 소리에 힘을 실어내고 손처리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리꾼이 쓰는 부채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다. 단, 남자나 여자나 자신의 체격에 맞춰 부채 크기를 정한다. 부채에 그려지는 글씨나 그림은 의상이나 계절에 따라 맞추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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