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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방] ⑬사진가 박성민씨

"사진은 말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도구"

호남권에서 유일하게 사진전용 갤러리 '봄'을 운영하고 있는 사진가 박성민씨가 아날로그 암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최선범([email protected])

'보다'라는 뜻과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를 가진 갤러리 봄. 2년 전 전주시 덕진동에 문을 연 이 곳은 사진가가 직접 운영하는 사진갤러리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프랑스 파리사진학교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아직은 지역에서 낯선 사진가 박성민씨(36). 호남권에서는 유일하게 사진과 사진가를 위한 공간을 만든 그는 봄을 개관하던 날 "유학 시절부터 사진 전용 갤러리가 꿈이었다"고 말했었다.

 

"지금까지 일반 전시는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일은 아니었으니까요. 작지만, 사진가들에게는 열린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전시가 없는 동안에는 이 곳이 작업실. 30여평 정도의 전시장을 가운데 두고 양 쪽 구석에는 아날로그 암실과 디지털 암실을 만들어 두었다. 디지털 작업이 보편화된 세상. 그러나 그는 어느 한 쪽에 편중돼 있지 않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에서 주제의식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택할 뿐이다.

 

"전북은 유독 쌀롱사진이 많아요. 제 스타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죠. 이 세상에 1000명의 작가가 있다면 1000개 언어로 표현되는 게 예술인데, 모든 사람들에게 이해받는다는 건 불가능하잖아요."

 

귀국해 처음 연 개인전에서는 성당과 의자 등 구체적인 소재들을 내놓았지만, 사실 그는 실험사진을 좋아한다. 박씨는 "무엇이든 결론이 나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며 "배우고 연습한다는 생각으로 실험하고 싶다"고 했다.

 

요즘에는 인간의 오감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난해 '움직임, 그리고 보다'전을 통해 '시각의 시각화'를 시도했다. 최근 작업은 '미각의 시각화'. 실체와 이미지의 파편들이 보는 이의 감각과 뇌의 기억을 토대로 하나의 사진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왜곡과 진실 찾기다.

 

지역의 사진가들을 정리하는 것도 그가 장기적으로 해나가고 싶은 작업. 박씨는 "전라북도에 실력있는 사진가들이 많은데도 안팎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며, 신철균 김학수 김춘식 등 선배 작가들의 작업에 대한 글과 자료를 수집해 책으로 내고싶다고 말했다.

 

"머리 속의 복잡한 생각을 표현하기에는 말보다는 사진이 적합하죠. 말을 잘 하지 못하는 나에게 사진은 말하고자 하는 또하나의 도구입니다. 제 사진요? 가끔 작업에 신체가 부분적으로 필요할 때 셀프 타이머 놓고 찍죠."

 

구상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대신, 작업은 속도감있게 이뤄진다. 한 작품당 10컷 정도 찍으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나타난다. '잘 찍은 사진'에 대한 판단은 직감으로 알 수 있다.

 

"훌륭한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전시를 자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한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사진가 바로 자기를 위해서죠. 반대로 남의 사진을 많이 보는 게 공부에요."

 

예술가들은 전시를 한 번 할 때마다 그만큼씩 성장한다는 박씨. 전북대 평생교육원과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사진 강의를 하면서도 전시 과정은 꼭 집어넣는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작품은 집에 걸어놓기 애매한 것 같다고 말한다. 극도로 아름다운 사진에도 의미가 담기겠지만, 눈으로 보기에 화려한 사진 보다는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 지금은 특이한 실험사진이라고 해도 일반화되면 곧 쌀롱사진이 되고마는 것. 고이지 않고 한발씩만 앞서나가면 된다. 그는 좋은 사진이란, 그리고 예술이란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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