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물학적 우주활동 자연의 질서·윤리 지켜야
우리는 매일 무엇인가를 먹으며 살아간다. 그 누구도 식사를 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음식을 먹는 것은 따라서 삶의 가장 필수적인 생존활동이다. 우리는 매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정작 삶의 가장 중요한 행위인 먹는 것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살아간다. 먹는 것이란 무엇이며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우리의 삶은 숨을 쉬고 음식물을 섭취하며 유지된다. 우리는 매일 숨을 쉬는데 이것은 우리 몸에 산소를 공급하며 섭취한 음식물을 태워 열을 내는 작용을 한다. 공기와 음식이 우리 몸에서 만나 에너지를 내게 되며 이 에너지로 우리는 매일 생물학적 삶을 유지하고 이와 더불어 삶에 필요한 심리적 정신적 활동을 하게 된다. 숨은 바로 에너지를 만드는 기본 조건이며, 음식은 에너지를 내게 하는 재료인 것이다. 숨을 쉬고 먹는 활동은 곧 몸의 살림이며 인간의 생물학적 우주활동이다.
사실 현대에 들어와서 인류는 어느 정도 기근에서 벗어났으며 먹을거리가 풍부해졌다. 그러나 현대만큼 몸의 우주를 구성하는 먹을거리가 엉망이 되고 먹는 것의 이치를 무시하는 시대도 없다. 인공착색료로 식재료의 색깔과 맛을 조절하고 눈에 보기 좋은 먹을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소비자는 못생기고 벌레 먹은 친환경 제품보다도 눈에 보기 좋은 먹을거리를 찾는다. 몸에 좋은 것이 아니라 눈과 입에 좋은 것을 찾는 것이다. 소고기파문이나 광우병파문도 알고 보면 동물성사료를 먹여 공장식 농장에서 소를 키우는 현대문명의 반자연적 질서에 대한 시민적 저항이다. 초식동물에게 동물성사료를 먹이고 빠른 공장식 생산구조 속에서 현대문명은 풍부한 먹을거리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프린스턴대학의 생명윤리학자 피터 싱어는 '밥상의 죽음'을 외치고, 세계적인 문명비평가 제레미 리프킨은 '육식의 종말'을 주창하고 있다. 이는 인류가 풍요의 질병을 앓고 있으며 현대의 먹을거리가 너무나 많은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먹을거리의 생산과 유통, 관리, 가공과 식사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우리는 몸을 살리는 살림의 질서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몸의 살림은 인간의 살림이며 동시에 자연의 살림이다.
먹는 것은 몸을 살리는 활동이다. 몸의 활동에도 윤리가 있듯이 먹는 것에도 살림의 질서가 필요하다. 먹는 것은 몸을 살리는 행위이며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에너지를 얻고 관리하며 발산하는 우주적 과정이다. 이 과정이 깨끗하지 못하면 몸은 병을 얻게 되고 자연적 순환의 이치에 맞지 않으면 삶의 질서는 파괴된다. 먹는 것에도 몸 살림의 질서, 즉 살림의 윤리가 필요하다.
/김정현(원광대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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