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자(본보 여성객원기자·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
교육이 치열한 경쟁이 되어버린 요즘 내 아이를 최고로 키우고자 하는 부모의 욕심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든 내 아이에게 만큼은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책 읽기의 즐거움을 잊은 채 독서 논술의 열풍까지 맞고 있는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책들을 골라 읽혀야 하니 부모노릇도 쉽지 않다.
이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아이들도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우리만 이런 것일까?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런가? 얼마 전에 모 방송에서 책 읽기 관련 프로그램을 하면서 핀란드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아이들이 잠자기 전에 자일리톨을 씹는다는 그 나라다. 짧은 내용이지만 메시지는 강력했다. 핀란드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지 않는다. 다만 매일 15분씩 책을 읽어준다. 부모들도 어린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고 컴퓨터 게임에 빠져서 문제가 생긴 중학생 아이에게는 아버지가 책을 읽어준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의 저자 최은희 선생님은 매월 마지막 쉬는 토요일 오후에 지역에 있는 소외된 계층의 아이들을 위해서 책을 읽어준다고 한다. 강연을 통해서 이론만 전달하는 전문가가 아니고 직접 책 읽기의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 내 아이에게도 최고의 시간을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도 아낌없이 나누어주고 있는 것이다.
"내 아이만 잘 되면 정말 좋을까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 아이와 함께 자라는 다른 아이들도 잘 되어야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더불어 사는 삶이 아닐까요?"
나도 내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잘 알려진 책이라 당연히 읽었겠지 생각했는데 그 유명한 책을 처음 읽는 보는 아이들을 만나면 더 열심히 읽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반짝 반짝 빛나는 눈동자로 책 속에 빠져드는 아이들 모두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다.
사실 부끄러운 순간도 많았다. 4년 전 처음 어린이 책을 알게 된 후 큰 아이에게 책을 한 아름씩 안겨주기 시작했다. 욕심이 생기다 보니 은근히 논술생각도 나고 해서 책을 읽고 난 후기를 쓰라고 강요도 했다. 그리고 학년이 높아가면서 슬슬 책 읽어주는 것도 그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독서를 국어 성적과 자꾸 연관 지으면서 아이에게는 때 아닌 잔소리가 늘어갔다. 그러다 좋은 스승을 만나서 배우고 강연을 들으면서 내 행동의 어리석음을 알게 되었다. 지금 와서 작은 바람이 있다면 나와 같은 전철을 밟는 사람들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것이다. 책읽기만큼은 논술의 도구가 되어서도 안 되고 최고로 키우기 위한 내 아이만을 위한 수단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책 읽기가 즐거움이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더 많은 아이들에게 이런 기회가 제공되기를 소망한다.
/김은자(본보 여성객원기자·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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