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2돌 한글날...원광대 여태명 교수·김두경씨 언어 넘어 문화·산업 창출
한글날 562돌. 한글이 언어를 넘어 문화와 산업을 창조해 내고 있다.
한글이 생활 속에서 디자인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내고 있는 덕분이다. 정부 정책 역시 한글을 보급하고 언어순화 운동을 펼치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는 동시에 한글 디자인을 통해 한글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중요하게 택하고 있다. 전통문화 콘텐츠 세계화 전략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장기 계획 '한스타일' 항목에도 한글이 들어가 있다.
중앙에서는 디자이너 이상봉씨가 한글서체를 패션에 접목시켜 세계적으로 조명받고 있지만 전북에서는 서예가들을 중심으로 한글서예와 문화상품의 결합을 시도하는 등 일찌감치 한글의 가능성을 주목해 왔다.
한글을 디자인화시킨 대표적인 서예가는 '민체'의 여태명 원광대 교수와 '한글상형체'의 김두경씨.
특히 여교수는 1996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를 민체로 써 대중에게 처음으로 캘리그래피(calligraphy, 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를 알렸다. 1997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생활서예로만 개인전을 열어 화제가 됐다. 여교수는 "액자 속에 가둬놓았던 작품이 밖으로 나와 실생활과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서예와 상품을 결합시킨 생활서예를 선보였다"며 "당시에는 보수적인 서단에서 이단아로 불렸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대중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2006년 인터넷상에 '여태명문자조형연구소'를 만들고 한글서예를 바탕으로 손글씨, 로고, CI, BI, 현판, 비문, 폰트, 인장 등에서 한국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 그는 "아직 매출을 밝힐 정도는 아니지만 시장도 넓어졌고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한국적 서예를 고민하다 한글서예에 몰두하게 됐고, 생활소품에까지 한글서예를 도입하게 됐다. 한글이 디자인으로 들어간 장식 타일이나 넥타이, 손수건, 방석, 엽서 등은 김씨가 사업자로 등록한 '필맥'에서 직접 제작하지만, 그의 글씨는 한지공예가들이나 섬유공예가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가장 좋은 게 뭐냐라고 했을 때 한글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글서예를 디자인으로 한 생활소품들은 외국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아 우리문화의 상징성을 담아내기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한글이 디자인된 제품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을 보면 역시 한글이 디자인적으로도 세계적으로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글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독창성과 과학성은 물론, 독특한 디자인으로도 인정받고 있는 한글. 한글의 디자인화가 한글의 문화상품화로 이어지면서 한글이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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