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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고창 미당문학제, 주객전도 행사 콘텐츠 부족

미당시문학관·지역주민 도우미 역할만…상설프로그램 개발해야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열린 미당문학제에 참석한 문인들이 질마재 투어를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고창 미당시문학관에서 열린 미당문학제가 막을 내렸다. 서정주 선생을 기리기 위해 미당시문학관과 동국대가 주최하고 중앙일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천년의 시작,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전북일보가 후원하는 행사였다.

 

이번 행사에서는 미당시문학관 이사장 법만 스님(선운사 주지)과 미당 동생 서정태 옹 등 지역주민과 문인 200여명이 참여해 미당 학술대회와 미당문학상 현지 시상식, 대학원생 학술교류 세미나, 시인들이 강사로 나선 시인학교, 미당 백일장, 시인의 밤, 질마재 투어, 낭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풍성함을 더했다.

 

미당이 떠난 지 8년. 그의 시혼을 기리는 문학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내용면에서 알차지고 있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크다는 지적이다. 주체로서 당당해야 할 미당시문학관과 지역주민들이 객체에 머문 반면 초청이나 축제의 일부가 되어야할 객체인 외부 단체가 주체의 역할을 하고 있는 탓이다.

 

동국대 윤재웅 교수는 "미당 문학제는 동국대나 일부 신문사의 행사가 아니고 기본적으로 미당시문학관의 행사가 되어야 한다"면서 "재단법인 미당시문학관이 인적 인프라와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문학제를 스스로 기획하고 콘텐츠를 생성해야 전국적인 문학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행정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지원도 뒤따라야 미당문학제가 전국적인 문학제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 윤교수의 지적이다. 이와관련, 문학제 기간 동안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는 문학제를 꾸려나가겠다"는 시문학관 이사장 법만 스님의 말씀과 "돋음별 마을과 시문학관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대표적인 문학촌을 형성하는데 행정이 앞장서겠다"는 양태열 고창부군수의 약속은 그나마 미당시문학관의 미래를 밝게 해줬다.

 

문학제가 열리는 미당시문학관의 열악한 환경과 볼품없는 콘텐츠도 문학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소. 1년 내내 관광객과 문학도를 끌어들일 수 있는 전시 및 상설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한편 지역주민들이 직접 나서 문학관과 질마재, 돋음별 마을을 풍성하게 가꾸는 '풀뿌리 문화 민주주의'를 이뤄나갈 때 시문학관은 물론 문학제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제안이다.

 

단국대 박덕규 교수는 "많은 문학관들이 콘텐트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한 뒤 "문학관은 문학이라는 전문성과 지역사회의 특성을 연계해야 한다"면서 사투리로 미당시 낭송하기, 미당 작품 시음악극, 시 '국화 옆에서'의 누님 선발대회 등의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질마재와 돋음별마을을 떠나 석정온천으로 자리를 옮긴 국화축제도 원상복귀해야 한다는 전문가 및 문학인들의 지적도 적지 않다. '국화=미당'이라는 보편적인 수식이 성립되어 있는 만큼 질마재와 돋음별마을의 지리적여건을 최대한 살린 국화축제를 모색해야 국화축제와 시문학관, 문학제가 모두 상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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