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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문화의 발견] ②전북의 소극장, 전북 연극의 역사

무대위 예술 40년의 역사가 숨쉰다

음악전문 소극장 바리톤 소극장에서 열린 해설 오페라 장면(좌). 황토예술극장으로 연극전용 상설극장의 가능성을 보여준 황토공연. ([email protected])

▲ 문화공간의 탄생

 

문화공간의 탄생과 소멸은 문화예술의 발전과 후퇴, 성장과 퇴보를 보여주는 지표다. 전북의 공연예술 분야 역시 문화공간을 자양분으로 커왔다. 특히 소극장은 시대적·경제적 위기 속에서도 예술의 생명력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으며, 문화의 다양성을 지켜주는 중요한 공간이 돼왔다.

 

전북에 본격적인 문화공간이 들어선 것은 1960년대 후반. 1967년 개관한 '시민문화관'이었다. 현재의 전북예술회관 자리에 위치했던 '시민문화관'은 기본적인 조명시설이나 음향시설은 물론, 방음장치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지만 전북지역의 유일한 공연장이었다. 700석 규모로 소극장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당시 전북에 있어 최초의 본격적인 무대공간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역 소극장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창작소극장 공연(북어대가리) 연습장면. ([email protected])

 

다방이 곧 문화공간이었던 '살롱문화'가 융성했던 70년대는 전라북도가 운영했던 '공보관'을 꼽을 수 있다. 전주우체국 사거리에 있던 이 곳은 5평 남짓한 무대와 300여석의 객석을 갖추고 있었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는 평면식 공간이라서 단막극, 독무, 독주, 독창 등의 공연이 주를 이뤘다.

 

▲ 소극장 문화를 주도해 온 연극

 

80년대는 문화예술과 그 활동들을 담아낼 문화공간이 양적·질적으로 팽창을 이룬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 연극단체는 줄잡아 30여개가 생겨났으며, 1983년 전북 최초의 연극 전용 소극장 '전북문예소극장'이 문을 열었다. 전주시 다가동에 지하 60평, 객석 170여석 규모로 개관한 이 소극장은 당시 극단 '갈채'가 운영했었다. '전북문예소극장'은 연극인들의 큰 기대 속에서 '그 여자 사람잡네' '홍당무' 등을 공연했지만, 운영난으로 재정적 압박이 가중되자 전북연극협회가 소극장을 인수했다. 전북연극협회는 '소극장 운영규정'을 제정하고 '전북연극회관'으로 이름까지 바꾸었지만, 역시 만성 적자의 벽을 넘지 못하고 6개월만에 문을 닫았다.

 

1984년 지하공간에 문을 연 '녹두골'은 진보적 문화운동으로서 의미가 있다. 임진택의 '똥바다', 서울민요연구회의 '어디로 갈거나' 등을 초청해 중앙과 활발하게 교류했으며, 이후에도 놀이마당과 풍물강습 등 2년여 동안 역동적인 문화활동을 펼쳤다.

 

1985년 창작극회가 개관한 '월이소극장'도 이듬해 폐관됐다. '월이소극장'은 시골에서 개를 부를 때 '워리'라고 했던 것처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이름을 '워리'라고 지었으나 후에 한자를 붙여 '월이(月伊)'로 바꾸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창작극회가 1990년 개관한 연극 전문 극장 '창작소극장'은 현재까지 지역 연극의 전통으로 살아있다.

 

극단 '황토'는 1986년 전주시 고사동에 60석 규모의 '황토예술극장'을 마련했다. 연극인들이 후원회를 조직하고 기금을 마련하는 등 연극전용 상설극장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역시 5년여 만에 문을 닫았다. 익산에는 극단 토지가 운영하던 '미다소극장'이 1989년부터 1997년까지 운영됐다.

 

문화예술이 각광받기 시작한 2000년대 들어서면서 부터는 문화공간의 폭발적인 증가와 함께 소극장 역시 포화상태에 이르게 됐다.

 

현재 전북지역 소극장은 8곳. 전주에만 창작극회 '창작소극장', 문화영토 판 '소극장 판', 극단 데미샘 '아트홀 오페라', 극단 명태 '아하아트홀', 재인촌 우듬지 '우듬지 소극장' 등 5개가 있다. 익산에는 극단 작은 소·동의 '소극장 아르케', 군산에는 극단 사람세상의 '사람세상 소극장', 남원에는 극단 둥지의 '지리산 소극장'이 있다.

 

전북의 소극장들은 모두 연극 극단을 모태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한 때 음악인이나 시인이 운영하거나 음악이나 무용 등 연극이 아닌 다른 장르를 위한 소극장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현재 남아있는 곳은 없다. 때문에 소극장과 연극의 관계를 들여다 보는 일은 흥미롭다.

 

모든 장르의 예술과 예술인들은 자신만의 공간을 꿈꾼다. 특히 연극은 공동작업으로 이뤄지는 데다 장기공연이 일반적이어서 준비단계부터 공연할 때까지의 일정을 소화해 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대관을 통한 연습이나 공연은 수입이 일정치 않은 극단 입장에서는 큰 부담. 또한 극단의 정체성이나 색깔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극장이 필요하기도 하다. 반대로 극단이 상주해 있을 때 비교적 꾸준히 공연할 수 있으며, 다른 장르에 비해 대중성을 가진 연극이 상대적으로 소극장 공연을 통한 수입 창출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 다양한 문화의 생산지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에는 다양한 장르에서 민간이 운영하는 공간이 늘어나면서 소극장이 다양한 문화의 생산지로서의 역할을 했다.

 

1987년 김광순 전주대 음악과 교수가 문을 연 '소극장 예루'는 서양음악이 주를 이루는 공간으로 주목할 만 하다. '예루'는 90년대 후반까지 활발한 활동을 벌였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공간은 문을 닫고 기획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권오표 시인은 1991년 전주시 기린로에 소극장 운동의 하나로 '아사달'을 열었다. 8년이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운영됐던 이 곳은 매달 한 차례의 시낭송회와 판토마임 기획공연 등으로 공간의 차별성을 살렸다. 1992년에는 음악전문 소극장 '바리톤'이 전주 효자동에 문을 열고 200여회가 넘는 공연으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지만 지금은 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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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휘정·이화정·최기우·문신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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