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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문화의 발견] ③부산의 소극장

역동적인 연극판…변화의 몸짓 '꿈틀'

40여개 남짓한 극단이 생기고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부산.

 

가장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지역 연극판이다. 그 변화의 궤적이 쫓아 부산의 주요 소극장을 둘러봤다.

 

소극장이 태동하던 시대를 더듬고, 잊혀져 있던 역사적 편린을 찾아 '지금, 현재' 전북 소극장의 거울로 들여다 보는 작업이다.

 

▲ 가마골 소극장

 

'가마골에서 올리는 작품은 관객들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다'

 

부산 시민들의 '펜심'이 통했던 곳 가마골 소극장. 본격적인 소극장 연극 운동을 주도했으며, 다채로운 연극적 실험이 시도됐던 탯자리다. 이윤택이라는 걸출한 연출가의 공도 컸고, 연극에 대한 부산 시민들의 애정도 한 몫 했다.

 

(사진위)엑터스 소극장 내부 모습 (가운데)초콜릿팩토리 소극장 객석 (사진 아래)초콜릿팩토리 소극장 내부 모습 ([email protected])

1986년 광복동 용두산 공원 입구에 문을 연 가마골 소극장(1986∼1987)은 연극적 실험을 위한 대안 공간이었다. 극단 부두극장과 연합체제로 운영됐으며, 도라·백의·열린무대 등과 함께 연희단거리패 공연·하야로비 무용단 등 공연 등 연극·무용·문학 등 다양한 연극적 실험의 퍼포먼스가 이뤄졌다.

 

중앙동으로 무대를 옮긴 가마골(1988∼1996)은 이윤택 극작과 연출을 통해 전통적 정서를 굿 형식으로 현대적으로 계승해 심화·확대하는 한편 가마골 극예술연구회 창립을 통해 부단한 실험적 작업으로 연희단거리패의 특유의 소리와 몸짓을 통해 한국적 연기의 양식을 확립한 시기다.

 

하지만 광안리 가마골(1997∼2001)은 상업적 흥행과 예술적 균형 사이에서 접점을 찾지 못해 본래 가마골의 성격이 변질됐다. 지난해 이윤택은 현재 광복동 가마골은(2001∼현재)과 결별을 선언하고, 내년에 제2의 가마골 소극장 5월 개관을 목표로 준비중에 있다.

 

▲ 엑터스 소극장

 

1984년 중앙동 한 허름한 창고를 개조해 부두소극장이란 간판을 달고 출범해 이곳 저곳을 배회하다 지금의 남천동에 자리 잡은 엑터스 소극장. 고정 레퍼토리인 진부한 리얼리즘이나 오락과 재미 위주의 연극을 탈피해 생경한 부조리극, 마음, 제의극 등 선보이는 유일한 곳이다.

 

이런 실험적인 무대를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이성규 대표의 공이 가장 크다. 존재와 자아의 본질 탐구라는 주제를 시종일관 고집해 텍스트가 비교적 완벽한 외국작품을 주로 올리기 때문. '고도를 기다리며'와 '에쿠스'는 로맨스나 코미디가 아닌 고전 작품으로 흥행에 성공했던 대표작이다. 작품이 좋다는 '입소문' 덕에 78석이 이곳에 120석까지 꽉 들어찼을 정도로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 자체 극단은 없다. '아라발' '장 쥬네' '베케트' 와 같은 부조리극, 현대성을 부각하고 있는 피터쉐퍼, 피터 트루니, 뷔히너 등 세계 고전 명작 희곡들의 주요 레퍼토리가 올려지고 있다.

 

▲ 열린소극장 예술공동체

 

10여년 가까이 극단 열린무대가 상주했던 열린소극장은 현재 새로운 도약을 하고 있다. 재정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8개 극단 혹은 개인이 참여해 열린예술공동체를 꾸린 것. 소극장 대관료 60만원을 확보하기 위해 극단 혹은 개인이 각각 10만원씩 부담하되, 수익금은 각자의 몫으로 가져간다. 다만, 적어도 6개 단체 혹은 개인이 참여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물론 이들도 나름의 고충은 있다. 쉬지 않고 무대가 메워져야 하기 대문에 완성도가 떨어진 작품을 올려지기도 하고, 관객수가 들쭉 날쭉하다는 부담이 있다. 공동체회의에서 각자 입장에 따라 이견이 상충돼 의견 조율의 어려움도 있다. 하지만 각 극단마다 색깔이 다른 무대가 올려지기 때문에 다양한 연극을 만나보고 싶은 관람객들에겐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게 장점.

 

▲ 초콜릿팩토리, 용천지랄소극장

 

초콜릿팩토리와 용천지랄 소극장은 엄밀하게 보면 소극장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자체 극단을 갖지도, 창작극 위주 무대를 꾸리지도 않기 때문.

 

주식회사 아츠플레이와 주식회사 가을엔터테인먼트가 합작해 올해 문을 연 초콜릿팩토리는 서울 대학로에서 인기를 얻었던 강풀 시리즈 '그 남자 그 여자' '바보' 등 대중성이 확보된 작품만을 선별해 무대에 올린다. 작품성 자체를 놓고 보면 평이 갈릴 수도 있겠지만, 재미를 먼저 꼽는 관객층 구미엔 잘 맞는 편. 다만 부산 지역극단이나 배우들이 설 공간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앞으로 지역 배우들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폭을 넓힌다는 게 소극장측 계획이다.

 

용천지랄소극장은 대관 위주 소극장.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움직임을 '용천지랄'이라 하는데, 이름이 욕 같기도 해 한 번 들으면 귀에 박힌다. '도둑놈 도둑님' '바리데기' 'Love Song' 등 작품 외에도 기존 소극장에서 잘 받아주지 않는 신인들의 작품을 이곳에서는 만나볼 수 있다. 소극장측은 내년 상반기까지만 대관 위주로 꾸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용천지랄소극장 주변엔 볼 거리가 많다. 문화골목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이곳엔 갤러리, 레스토랑, 생맥주바 등 문화 공간이 한데 모여 있다. 건축가 최윤식씨가 문화골목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만든 곳. 그는 이 건물로 '2008 부산다운 건축상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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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휘정·이화정·최기우·문신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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