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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소설가 박범신 "인생은 결핍의 연속…글쓰며 치유"

전북 수필비평 작가회의 창립 9돌 문학제 강연

"태어난 곳은 전북이 아니지만, 저의 청년기와 사회생활은 이곳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늘 전북이 고향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작가로서 살아오면서 좋았던 순간, 그래서 아름다웠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28일 전주덕진노인복지회관에서 열린 '전북수필비평작가회의 창립9주년 기념 작은 문학제'에 소설가 박범신씨(62)가 초대됐다. 30여년 생애 대부분을 독자와 함께 울고 웃었던 그는 극과 극을 달렸던 자신의 작가생활을 솔직담백하게 풀었다.

 

"인생은 본질적인 결핍의 연속입니다. 그것이 한 개인의 가난일 수도 있고, 편견일 수도 있습니다. 뭔가 부족한 것이 당연한 것이죠. 저는 그 결핍을 글을 통해 풀었기 때문에, 내면의 상처가 치유됐습니다."

 

그는 79년부터 장편소설을 쓰기 시작해 거대한 출판시장을 거느릴 정도로 인기있는 작가였다. 하지만 내면은 힘들었다. 이번 책이 100만부 팔렸다면, 다음 책은 그 이상이 팔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그를 늘 괴롭혔다. 독자에게 팔리기 위한 글은 성공했지만, 정작 자신을 위한 글과는 멀어졌기 때문.

 

돌연 찾아온 우울증으로 절필을 선언, 3년간 모든 사회생활을 끊고, 자기 치유에 들어갔다.

 

"정말 좋았습니다. 자유로워졌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남새밭에서 소설을 중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또라이가 아니면 못할 짓이죠. 물론 그 이후론 이렇다 할 베스트셀러를 내진 못했지만, 개인적으론 만족하는 글쓰기를 하고 있고, 처음과 같이 치열하게 쓰고 있습니다."

 

한바탕 연애한 것처럼 뜨겁게 살 수 있었고, 현재도 그렇게 살고 있다는 점은 그가 꼽은 작가로서 행복했던 또다른 순간. 글을 쓸 땐 힘들고, 어렵고, 고통스럽지만, 그것에 대한 지향이 열렬해 그만둘 수 없었기에 미쳐서 살았다고 설명했다.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는 점도 자유로운 영혼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었던 행복한 기억이다. 틀에서 벗어나 인간 본연을 탐구할 수 있어 문학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됐다는 것.

 

"글쓰기로 맞짱뜨고 살았더니, 합리성 밖의 있는 인생, 온 존재로 살아있다는 느낌이 됐습니다. 과거에도, 현재도, 앞으로도 글을 쓸 수 밖에 없는 유일한 존재 이유입니다."

 

전주수필과비평작가회의가 주최하고 전주시와 수필과비평사, 전주덕진노인복지회관이 후원한 이번 행사엔 송하진전주시장, 진동규 전북문인협회회장, 정군수 전주문인협회회장, 수필가 라대곤·김학씨, 신아출판사 대표 서정환씨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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