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기' 인용한 행서작품
김홍도 스승으로 알려진 표암(豹菴) 강세황 선생(1713~1791)의 글씨가 전북향토문화연구회 김인기 이사(71)에 의해 공개됐다.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강세황 선생은 창작과 이론을 겸비한 사대부 서화가로, 특히 남종문인화가 조선 후기 화단의 주도화풍으로 정착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진경산수화의 발전과 풍속화의 유행 및 새로운 서양화풍의 수용에도 많은 업적을 남겼다.
문인화 소재로 산수와 화훼를 동등하게 다뤘으며, 만년에는 진경산수와 묵죽을 즐겨그린 표암 선생은 글씨에서는 행서에 가장 능했다.
표암 선생 작품 중 그림이 아닌, 글씨가 공개되는 것은 드문 일. 김이사는 "30년 전 경남 진주에서 사들인 고서화를 정리하다 표암 선생의 글씨를 다시 주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에 새롭게 조명된 표암 선생의 글씨는 '史記 稱. 秦仲知 百鳥之音. 與之語皆鷹飽宣聞. 雀呼知前有'로, 중국의 「사기(史記)」를 인용한 것으로 행서로 쓰여졌다. 낙관 자리에 자신의 호의 첫 글짜를 따'표옹(豹翁)'이라고 쓴 것으로 보아 만년에 쓴 글씨로 추정되고 있다.
글씨를 감정한 조수현 원광대 서예과 교수는 "표암 선생이 70세를 전후해 쓴 것으로 보인다"며 "단아한 글씨가 수작으로 여겨진다"고 평했다.
표암 선생은 50~60대에는 절필하고 주로 평론활동에 치중했으며 70대에 들어 다시 창작활동을 재개, 소박하고 담담한 소묘풍의 진경산수와 채색이 배제된 수묵 위주의 격조 높은 문인화의 경지를 이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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