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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비밀] (18)명태 "버릴 것 없는 으뜸생선"

살 먹고 창자에 껍데기까지

바닷가 한 어촌마을에서 명태들이 눈과 바람을 맞으며 건조되고 있다. ([email protected])

명태가 '명태'란 이름을 갖게 된 연유가 흥미롭다.

 

조선시대 함경북도에 부임한 관찰사가 명천군(明川郡)을 방문하던 중 생선국을 먹게 됐다. 관찰사가 생선이 담백하고 맛이 좋다며 이름을 묻자, 주민들은 이 고장에서 흔히 잡히는 생선인데 이름이 없고 명천에 사는 '태(太)'씨 성을 가진 어부가 처음으로 잡아온 고기라고 답했다. 그러자 관찰사는 명천군의 '명(明)'자와 주인의 성인 '태(太)'자를 따 '명태'라고 이름을 붙였다.

 

「임하일기(林下日記)」에 실린 것이지만, 수산에 관한 책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도 명태라고 나와있다고 한다. 그러나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무태어(無泰魚)'라고 기록돼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산물이기도 하지만, 명태만큼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생선도 드물다. 명태는 가공방법이나 포획방법 등에 따라 그 이름이 다르다. 얼리지 않은 것은 생태, 말려서 수분이 말끔히 빠진 것은 북어, 반쯤 말린 것은 코다리, 겨울철에 잡아 얼린 것은 동태라고 부른다. 또 산란기 중에 잡은 명태를 얼리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 가공한 것은 황태, 명태의 새끼는 노가리라고 한다.

 

예로부터 '맛 좋기는 청어, 많이 먹기는 명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사람들은 유독 명태를 많이 먹어 왔다. 말려두고 연중 먹을 수 있는 보편성 때문만이 아니라 '명태 없이 제사를 못 지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귀하게 여겨졌다.

 

명태는 구하기 쉬운 일반 식품이면서도 값비싼 약재 이상의 효능을 가지고 있다. 살 말고도 알과 창자는 각각 명란젓, 창란젓으로 이용되니 일단 잡으면 버릴 것이 없는 생선이다. 대가리로는 귀세미 김치, 껍데기는 말려두었다가 살짝 구워서 쌈 싸먹고, 꼬리와 지느러미는 볶아서 맛국물을 내고, 심지어 눈은 구워서 술안주로 먹는다고 한다.

 

명태는 단백질이 풍부하다. 특히 성장과 생식에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이 많아 인체의 체조직을 구성하고 체액·혈액의 중성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질 좋은 비타민A와 나이아신이 풍부해 피부와 점막에 없어서는 안될 식품으로 특히 레티놀은 고운 피부와 주름방지에 좋다. 해수면 위쪽에 사는 고등어와 달리 지방이 적고 칼슘, 인, 철 등을 고루 함유하고 있어 어린이 이유식과 노인 영양식으로도 적합하다.

 

시력보호 영양제가 없던 시절, 명태애는 시력을 좋게하는 영양식품으로 애용돼 왔으며 명태알은 생식기능의 정상화와 노화 방지에도 중요한 영양원으로 작용해 왔다. 명태 아가미에 들어있는 칼슘은 멸치보다도 많아 골연화증, 골다공증을 예방해 주며 명태 곤지는 각종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돼 있으며 특히 단백질과 인이 많아 뼈, 치아 및 근육수축에 관여한다.

 

명태는 몸 안에 축적된 여러가지 독성을 풀어준다. 흔하게는 술독을 푸는 데도 뛰어난 효과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탄가스에 중독되거나 독사에 물렸을 때에도 마른 명태를 푹 끓여 국물을 마시게 하면 사경을 헤매던 사람도 거의 모두 소생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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