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후유증 '고개숙인' 청년 새인생 찾다
운동은 꿈 같은 말. 하루종일 책상 앞에 구부정하게 앉아 이 서류 저 서류만 뒤적이다 보면 어느새 부쩍 늘어난 허리둘레에 한숨만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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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중심 병원'을 내세우고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우석대학교 전주한방병원과 전북대학교 병원의 우수한 의료진들이 매주 돌아가며 건강해 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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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신체 건강한 청년이다. 불행이도 30여 년 전 내가 주치의 때 교통사고로 골반뼈가 부서져 요도가 찢어지는 중상을 입었고, 그 결과 요도협착이라는 질환을 얻게 되었다. 그 당시는 초등학교 저학년이었기 때문에 성기능은 전혀 관심 밖이었고 오직 "생명을 부지할 수 있는 방법"과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면 소변을 자유롭게 볼 수 있으면" 하는 것이 그와 그 부모의 소원이었다.
골반골은 하복부에 들어 있는 장기인 방광과 전립선, 요도, 직장 등을 보호하는 뼈인데 교통사고로 이 뼈가 부서지게 되면 요도가 손상되고 심하면 전립선과 요도가 완전 분리되어 소변을 전혀 볼 수 없는 심각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런 경우 3개월 정도 지난 후에 좁아진 요도를 수술하게 되는데 이 수술은 꽤나 복잡하며 한 번에 성공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 환자도 여러 번에 걸친 요도성형술로 다행히 소변을 보는 것은 지장이 없었으나 성인이 되면서 남성의 기능을 대변할 수 있는 발기가 되지 않아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성기에 혈액을 공급하는 성기동맥은 복부동맥에서 나오는데 이 동맥은 요도로 가는 동맥과 위치가 유사해 요도가 손상되면 많은 수에서 성기동맥이 손상되게 되고 발기불능이 초래되는 것이다. 이 젊은 청년의 고민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치료방법을 찾기 위해 최근 발달된 인터넷으로 이것 저것 알아 봤지만 결국 자신이 성기능장애환자라는 사실과 음경보형물삽입술을 하면 되지만 고가라는 것에 기가 죽고 말았다. 고민은 밤마다 지속 되었고, 영우의 부모님들도 그의 고민을 알아차려 병원에 오게 된 것이다. 발기장애의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에서 그의 성기는 동맥이 손상된 것과 더불어 발기에 필요한 피가 대부분 성기 밖으로 새고 있어 혈관성 발기장애란 진단이 붙여졌다. 과거에는 이런 경우 혈관이식과 성기성형술을 하였으나 성공률이 매우 낮아 지금은 시행하지 않으며, 주로 음경보형물을 삽입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보인다.
그러나 음경보형물은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약 10~20년 정도이어서 젊은 영우는 언젠가 한번은 더 보형물을 바꾸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일단 보형물이 삽입된 조직은 딱딱하게 변하여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아 감염의 기회가 훨씬 높기 때문에 두 번째 수술은 훨씬 어려운 상황에 처해 실패할 수도 있는 것이다. 수술이 끝난 다음날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교수님만 믿습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책임을 지라는 의미심장한 그의 말이 내 가슴을 심하게 난도질 하고 있었다.
다행이 해면체 확장으로 보형물삽입이 성공적으로 끝나게 되었고, 그는 자신의 성기가 기능을 발휘할 날 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마 지금은 어여쁜 아내와 같이 오손도손 살고 있으리….
/박종관(전북대학교병원 비교기과 교수)
▲박종관 교수는
전북대 의과대학 졸업
의학박사
대한비뇨기과학회 해외학술 기초부문 최우수상
한국과학기술상 수상
전립선암 수술 겸자 발명
대한남성과학회 회장
대한전립선학회 상임이사
대한비뇨기학회, 미국비뇨기과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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