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음식문화' 주제 강연한 최승범 시조시인
「전주야사」에 따르면 전주엔 사불여설(四不如說)이 있었다. 뛰어날 법 하지만, 오히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네 가지를 말한다. 양반이 아전만 못하고, 아전이 기생만 못하며, 기생은 소리만 못하고, 소리는 맛에 비할 바가 못 돼, 전주 음식만큼 뛰어난 것은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설명하는 말이다.
17일 원광디지털대학에서 열린'천년 전주 화요 시민 강좌'에 초대된 최승범 시조시인(78·사진)은'전주의 음식문화'를 주제로 오감을 움직이는 음식기행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1984년 잡지 「식생활」 편집장이었던 소설가 김상렬씨가 음식에 관한 글을 주문했습니다. 일본에선 한창 유명 작가들이 음식에 관한 글을 썼지요. 한 번 해보자 싶었습니다. 12장 짜리 글 두 편씩 썼는데, 당시 원고료가 7600원이었어요. 그 돈으로 전국을 분주하게 발품 팔면서 3년간 맛기행을 다녔습니다."
팔은 안으로 굽게 마련이겠지만 오감을 움직여 숟가락을 들게 만드는 곳은 70년대까지만 해도 전주가 앞섰다고 평가했다. 맛깔스러우면서도 담백한 전주콩나물국밥과 전주비빕밥을 예로 들며, 수입산 식재료와 입맛을 평준화시킨 조미료, 손맛의 오랜 공력 없어져 본연의 맛을 잃었다며 아쉬워했다.
"콩나물국밥의 경우 어떤 곳은 오징어와 꼴뚜기를 넣어 씹히는 맛이 있었고, 또 어떤 곳은 고추를 바셔 넣을 수 있도록 해 매콤하게 때론 담백하게 먹는 맛이 있었지요. 음식은 먹는 사람도 거들었다는 느낌이 들어야 맛있습니다. 자기가 초를 치고, 겨자를 넣어 먹는 냉면도 마찬가지지요."
이어 파라시(음력 8월에 나오는 감), 열무, 담배, 호박, 모래무지, 게, 황포묵, 미나리 등 '전주 팔미'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난들난들해서 끊어지지 않도록 한 황포묵이며, 기리봉 밑자락에 불을 놓은 자리에서 기른 시원한 열무 맛이 그립다는 것.
그는 '전주 팔미'를 대신할'신 팔미(비빔밥, 콩나물국밥, 전주 백반, 돌솥밥, 순두부찌개, 감자탕, 칼국수, 순대국밥)'가 지정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전주가 자랑할 수 있는 맛인가에 관한 고민이 선행되야 할 것 같다며 맛의 본향인 전주의 명예를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 '천년 전주 화요 시민 강좌(3월 17일)'는'전주, 창조도시로 거듭나라'를 주제로 민중화가 임옥상씨가 초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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