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슬픔 함께 나누는 마음의 자세…"첫째도 둘째도 예의가 중요하죠"
"첫째도 예의, 둘째도 예의, 셋째도 예의. 이 직업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고인을 대하는 자세와 유가족들의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마음만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전북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근무하고 있는 이택관씨(38)는 3년차 장례지도사다.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낯설고 생소한 직업일 수도 있지만, 장례지도사는 전문직이라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직업. 그러나 그 역시 장례지도사를 직업으로 택하기까지는 많은 시련과 아픔이 있었다.
군 제대 후 음료 도매업을 시작했지만, 외환위기라는 거대한 태풍이 불어닥치면서 문을 닫게 된 이씨. 친구의 권유로 장례용품 회사에 들어가게 됐다.
"젊은 나이에 시작한 사업이었고, 실패 역시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충격이 컸습니다. 정말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친구의 권유로 일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망설임도 많았는데 그 때 친구가 해 준 말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네가 한 분 한 분 정성껏 모셨던 분들이 네가 죽었을 때 갈 집을 마련해 주기 위해 한 장 한 장 벽돌을 쌓아두고 계실거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났죠."
이씨도 시신을 처음 봤을 때에는 무서웠다고 했다. 집에서 장례를 치르거나 한 여름 온도나 습도가 높을 때면 그 고충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장례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생겨났고 이씨는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이 향후 발전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전문 자격증을 취득했다. 동생에게도 권유, 이씨의 동생도 충청도에서 장례지도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편안하게 보내드려야죠. 그래서 장례 상담, 시신 관리, 의례 지도 및 빈소 설치, 각종 장례 행정업무 등 장례 관련 업무에 신중을 기합니다. 완벽한 업무처리도 중요하지만, 슬픔에 잠긴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믿음을 주는 것도 제가 해야 할 몫이죠."
장례지도사를 하다보면 늘 마음 한켠에는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교차한다는 이씨. 그는 "한달 평균 70∼80명의 고인들을 본다"며 "부득이한 사고나 자살로 어린 나이에 세상을 뜨게 된 경우를 만나면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장례지도사나 장례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그것은 편견에 불과하다"며 "따뜻한 시선으로 좋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선진국 같은 경우에는 유망직장 순위에 오를 정도로 장례지도사에 대한 인식이 좋다"고도 덧붙였다.
"내 부모님, 형제 같은 마음으로 고인을 바라봐야 해요. 항상 장례지도사 입장이 아닌, 유가족 입장에서 일을 해야 하지요. 장례절차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필요하지만, 봉사정신이 없으면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취업이 잘 된다는 말만 듣고 무작정 장례지도사에 도전했다가 포기한 사람들을 많이 봤다는 그는 장례지도사를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애정 어린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씨 꿈은 장례지도학과가 있는 대학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는 것. 그는 "우리나라의 장례변천사나 장례문화 등 이론적 지식에, 실전 경험과 노하우를 얹어서 알려주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고인이 가는 마지막 길을 아름답고 편안하게 보내줘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과 사명감으로 그는 장례지도사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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