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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알찬 볼거리'가 승부수

지역 문화회관 성공전략을 배우자

경제공황으로 척박한 삶을 살았던 1900년대. 미국 시민들에게 살아갈 힘을 주었던 것은 찰리 채플린의 무성 영화였다. 공산당의 감시 속에서 시리도록 추운 날을 보내던 구소련 시민들에게 잠시라도 온기를 느끼게 했던 것은 클래식 음악이었다. 이들이 공연장을 찾은 것은 다름 아닌 문화로 메말라 있던 감성이 깨어났기 때문이리라.

 

'1시·군·구 1문예회관'을 목표로 문화예술회관(이하 문예회관) 건립 붐이 일고 있다. 현재 건립된 곳만 해도 160여곳, 진행중인 곳까지 합하면 260∼300여곳. 전국 234곳 기초자치단체보다 훨씬 웃도는 수치지만, 자치 단체장들의 생색내기 사업으로 하드웨어 갖추기에만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지역 문예회관이 살아나갈 길은 과연 없는가. 한국언론재단 광주사무소의 '지역 문예회관의 운영방안과 성공 경영학'현장 연수를 통해 차별화된 운영 전략과 기획 공연으로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곳을 살펴보고, 나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 세계적 아티스트 공연 유치하는 대전문화예술의전당

 

로린 마젤, 뉴욕 필하모닉, 조수미, 사라 장, 조르디 사발, 백건우, 로열발레단….

 

사진위부터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의정부예술의전당 서울충무아트홀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고양어울림누리 ([email protected])

지난 5년간 세계적 아티스트들이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을 찾았다. 110만명, 대전 시민의 2/3에 해당되는 이들이 발도장을 찍었다. 비결은 간단했다. 지역 문예회관 운영을 위해 끊임없이 투자하고, 알찬 공연을 기획해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았기 때문이다.

 

1540여석 아트홀과 650여석 앙상블홀, 연회장인 컨벤션홀, 야외원형극장까지 갖춘 대규모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은 품격있는 공연장, 시민 속의 공연장, 철학이 있는 공연장, 이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힘써 왔다.

 

우선 뮌헨쳄버오케스트라, 유러피안 재즈트리오 등 세계 최고 공연을 유치해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자신에게는 아껴도 가족에게는 기꺼이 호주머니를 내준다는 고객들의 심리를 읽어 가족친화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연극·무용 중심 '스프링페스티벌' 국제 규모 음악축제인 '대전뮤직페스티발'을 열었다.

 

미국 링컨센터, 일본 산트리홀을 모델로 교육을 통해 문화예술 인구 저변을 확대한 점에 주목해 영재아카데미 프로그램, 문화예술아카데미 운영을 활성화했고, '놀토'에 오갈 곳 없는 초등학생들을 위해 '오픈 하우스 & 스쿨 뮤직 콘서트'를 통해 무대 뒷 이야기를 가감없이 보여주고 들려줬다.

 

지역 문예회관 중 국내 최초 상주 예술단체 제도를 도입한 곳도 이 곳. 지역 예술인들에게 연주 기회를 제공하고 실내악 붐 확산에 기여한 대전체임버뮤직소사이어티를 운영하고 있다.

 

▲ 국제음악극축제 등으로 거듭나는 의정부예술의전당

 

군사도시, 미군기지 이미지를 말끔히 불식시킨 의정부예술의전당. 2001년 개관해 시설관리공단에서 위탁 운영, 독립성과 자율성을 갖춘 재단법인 형태를 갖추까지 진통을 겪었으나, 전국 문예회관 우수운영 사례발표회에서 운영 혁신 부문 1등을 수상했을 정도로 그 변화와 성과를 일궈냈다.

 

가족 단위 주말여가를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인 토요문화살롱, 모닝콘서트는 인기 프로그램. 모닝콘서트는 지난해 8회 전석 매진했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4명에 불과한 기획인력이 연중 주요 4개 축제를 운영해오며, 문예회관 프로그램 질을 한옥타브 올리기 위한 노력에 분주했다. 문광부의 연극 분야 최우수축제로 선정됐던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경기문화재단과 공동 개최하는 '천상병 예술제' 와 사회 소수자를 위한 '더불어 사는 사회문화제''GM 대우와 의정부전국대학뮤지컬 페스티벌'이 주된 축.

 

2004년부터 상주 단체로 머물고 있는 극단 우투리의 '우투리 밴드'와 전통 연희를 현대적으로 풀어 매년 1편 이상 창작 작품과 교육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진행해오고 있다.

 

4월부턴 공연 관람 후 1000원부터 1만원까지 관객이 원하는 만큼만 비용을 지불하고, 나머지 비용은 소외계층을 위해 돕는'희망티켓 - 행복스폰서'를 선보일 계획. 세종문화회관의 히트 상품이었던 1000원으로 즐기는 고품격 공연 '1000원의 행복'과 비슷하지만,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 공연 제도의 장·단점을 보완했다.

 

▲ 여성들을 위한 뮤지컬 전문 극장 서울충무아트홀

 

뮤지컬 전문, 여성 전용 극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서울 충무아트홀. 서울중구문화재단은 서울 낙후지역인 신당동에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지고 역사가 짧았지만, 확실한 선택과 집중으로 승부수를 걸었다. 금난새가 지휘를 맡은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김덕수사물놀이를 상주시켜 무료로 작업실을 내주고 작품을 무대에 올려 충무아트홀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홍보 마케팅에 신경을 썼다. 지난해 증설 공사를 마치고 11월에 문을 연 서울충무아트홀 대극장은 800여석에서 1300여석으로 확장해 공간활용도를 넓혀 제작자들이 선호하는 공연장이 됐다. 특히 중극장 블랙은 동성애, 살인, 좀비 등 다소 엽기적인 소재의 작품으로 인기를 모아 실험적인 무대로 평가받고 있다.

 

티켓링크나 인터파크가 아닌 자체 예매시스템을 구축해 6개월만에 1만여명의 회원을 확보한 점도 마케팅 측면에서 눈에 띄는 성과. 티켓 가격을 30% 이상 저렴하게 볼 수 있는 유료 회원제를 도입해 고객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 연극 교육 1번가 거듭나고 있는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공업도시의 회색 이미지를 벗기 위한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이 내건 것은 다름 아닌 연극 교육이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 거친 숨소리와 퀴퀴한 땀냄새에 흥분을 맛보기도 하는 연극은 시민들이 즐기는 소극장 문화의 꽃.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들고, 공동작업을 통해 이뤄지는 연극 교육인 '상록수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들의 잠든 감성을 깨우고 있다. 연극반 교사 및 예술단체 전문가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주부연극동아리인 '유혹', 성인연극동아리인 '우리', 청소년연극동아리인 '상록수 YT' 등을 만들어 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다. 고려시대 안산의 문화유산인 별망성을 소재로 몽고항쟁의 숨겨진 역사를 대형뮤지컬로 꾸민 '꼭두별초'를 제작해 19회 연속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상주하는 연극 단체가 없고, 공모사업을 통해 연극을 제작한다는 것이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 최신식 음향시설 갖춘 복합문화예술공간 고양어울림누리·아람누리

 

스포츠 시설과 연계해 문화체육공원시설로 거듭난 고양어울림누리. 최신식 음향시설을 갖춘 말발굽형 극장인 아람음악당과 객석과 무대가 변형 가능한 새라새극장을 갖춘 아람누리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아람음악당은 클래식, 아람극장은 오페라와 무용, 새라새극장과 별모래극장에서는 연극과 현대무용 등 특성화된 기획 공연이 올려지고 있다. 어울림극장에서는 대중음악 및 뮤지컬 시리즈를 이어간다.

 

올해부턴 공동제작 공연 수를 늘려 대전문화예술의전당과 대구오페라하우스와 함께'카르멘(10월15∼17일)' 을 공동 제작하고, '마술피리(8월12∼16일)'를 자체 제작할 계획이다. 전문합창단이 참여하는 합창 페스티벌(9월2∼13일)과 사계절 페스티벌을 열어 봄과 가을엔 '명품 공연장', 여름과 겨울엔 가족과 시민 친화적인 공연을 연다. 지역주민들의 문화 감수성을 살리고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주기 위해 가족친화적인 '어울림 문화학교(어울림누리)'와 깊이와 전문성을 더한 '아람누리 문예아카데미(아람누리)'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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