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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국·한문 혼용, 꼭 필요하다 - 김형중

김형중(전북여고 교장)

세상이 짧은 시간에 너무나 혼란스럽고 화려하게 바뀌어가면서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언어생활과 문자활용 습관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인기 있는 연예인이나 개그맨들이 줄여 쓴 말들은 무슨 뜻인지 몰라 고개가 갸우뚱해지거나 바보스럽게까지 느껴진다. 학생들이 휴대폰에서 사용하는 그림처럼 만들어진 문자는 그 출처가 어디고 국적이 어딘가 하고 때로는 정신이 혼미해지기도 한다.

 

4000년 전에 만들어진 한자(漢字)는 인류가 창안한 수많은 문자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장 오랫동안 사용해온 문자(文字)다.

 

한자(漢字) 문화권은 중국과 대만을 비롯해서 싱가포르, 베트남, 일본, 한국 등이 속해 있다. 이 나라들은 오랜 세월 수준 높은 문자문화(文字文化)를 영위해 왔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서구 물질문명에 밀려 시련을 겪고 있다.

 

19세기 청나라는 국력이 쇠퇴해지고 아편전쟁에서 패한 뒤 대혼란에 빠졌다. 이에 청나라에서는 '배우기 어렵고 쓰기에 까다로운 한자와 한문 사용 때문'이라는 지적과 함께 문자개혁운동이 시작됐다. 결국 1958년에 중국어를 로마자로 표기하는 음문자(音文字)가 제정됐고, 1964년에는 간체자(簡體字)가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한자의 종주국인 중국에서 조차 그 기조가 흔들리게 된 셈이다.

 

이처럼 '편리'라는 이유로 '불편하거나 하기 싫은 일'들을 피해가면 언젠가는 전통의 계승이 파괴되고 문화의 질적인 저하와 정신적인 척박이 초래될 수 있다. 인위적인 변화와 모색이 큰 흐름을 역행해 가면서 시나브로 오류를 범해갈 때 문명과 문화는 그 뿌리가 흔들리게 될 것이다. 이는 후손들에게 큰 죄를 짓는 일이다.

 

인간들이 만든 발명품 중 가장 위대한 것은 '문자의 창제'라고 할 수 있다. 문자는 편리한 생활도구와는 달리 인간의 사고와 정신적인 활동, 언어, 역사, 문화를 만들어가는 기록의 수단이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든 최대 공로자인 셈이다.

 

우리는 세계 문자 중 유일하게 창제 시기를 알 수 있는 소리글자 훈민정음과 시각적 문자인 한자를 함께 쓸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문해(文解)능력은 부끄럽게도 하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몇몇 힘 있는 사람들, 서양교육을 받고 교육정책을 입안한 사람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어문정책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글 전용은 큰 불편 없이 말하고 읽는 생활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그것은 국민의 문해능력을 떨어뜨리는 족쇄다. 이처럼 비현실적인 한글전용 어문정책은 하루 빨리 폐기하고, 국한문혼용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한자어는 교육을 받은 사람이면 누구나 알다시피 우리 민족이 수천 년 동안 사용해온 역사성, 사회성, 문화성, 철학성을 지닌 우리말이다. 고유어로 분류되는 한자어는 우리의 생활감정 속에 깊이 뿌리내려 있기 때문에 그 만큼 호소력이 크다. 한 나라의 국어에는 풍속, 습관 또는 역사를 같이하는 공동 운명체의 구성원들이 감지(感知)하는 정서가 함유되어 있는 것이다.

 

한글과 한자는 상호 보완, 수백 년 동안 우리 나랏말로 토착화 되었다. 이제까지의 편협된 생각들을 바꿔 국한문혼용의 절대가치성을 인식, 조상들의 얼을 제대로 이어받아야 한다.

 

/김형중(전북여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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