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꽉 찬 봄의 별미…단백질·필수아미노산 풍부, 소화 잘돼
이맘때면 가스불에 큼지막한 솥을 얹는다. 미리 쪄 둔 큼직한 대게는 딱지를 열어 뭉근히 끓이고 그 위에 큼직하게 썰어낸 미나리, 파, 마늘을 풀어낸다. 맛이 오를 대로 오른 게를 맛보려는 마음은 급한데, 왠지 대게탕은 더디게 끓는 것만 같다. 통통히 살이 오른 대게 다리가 접시 위에 오르면 누가 듣건 말건 '쪽쪽' 소리를 내며 빨아먹는다. 쌉쌀한 국물 한 모금까지 매정한 냄비가 바닥을 드러낼 즈음이면 뱃속은 든든해진다.
대게는 '크다(大)'는 의미가 아니다. 8개의 다리가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고 길쭉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게 해(蟹)'자를 써 죽해(竹蟹)라고도 한다. 조선 초기 대게의 특별한 맛을 잊지 못한 임금의 명을 받은 신하가 영덕군 축산면 죽도(竹島)에서 어부가 잡은 게를 보고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3월에서 4월 사이 대게는 살이 가장 통통하게 오른다. 잡아올리는 것마다 기분 좋게 묵직하다.
TV CF를 보면 다리를 부러뜨려 살이 쏙 빠지는 장면이 클로즈업되곤 한다. 하지만 살이 야물게 꽉 찬 대게는 살이 쉽게 빠지지 않는다. 얇고 딱딱한 껍질이 살로 꽉 차 있어서 젓가락으로 꼼꼼하게 파먹어야 하는 것이 A급. 아는 이들은 얄미울 정도로 속이 차 있는 대게만 고른다. 노란빛이 도는 것이 속이 꽉 차서 맛이 고소하다.
몸통 너비가 30㎝, 집게다리가 모두 달려 있으면 보통 1급으로 친다. 1급 대게에는 '영덕 대게' '울진 대게'. '대게를 팝니다' 트럭에서 파는 대게는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붉은 대게'다.
겉모양이 대게와 거의 흡사하지만 온몸이 강렬한 붉은 빛깔을 띄어 그 차이가 쉽게 구별된다. 대게에 비해 잡히는 양도 많아 가격도 1/3 수준. 대게 가공식품의 주원료는 모두 '붉은 대게'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대게보다는 살이 덜 차 있어 포만감을 쉽게 느끼진 못하지만 다리를 분질러 '쏙쏙' 빨아먹는 재미가 있어 중독성이 강하다.
살이 꽉 찬 최고급 대게는 '박달대게'라는 칭호를 부여했다. 보름 밥을 먹고 잡은 게가 최고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 명성 때문에 수산시장과 대게 경매장에 와서도 '박달대게'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최상품 박달대게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 1000 마리를 잡으면 1마리 나올까 말까 할 만큼 최고의 대게를 찾기란 쉽지 않다.
대게는 통째로 쪄서 먹으면 담백하고 고소하다. 살아있는 대게를 염도가 없는 민물에 담가뒀다가 뜨거운 물을 뿌린 다음 찜통에 넣고 찐다. 주로 쪄서 먹는 대게 살은 부드럽고 담백하며 감칠맛이 난다. 몸통의 살을 파내고 남은 게장에 참기름과 잘게 썬 김 등을 넣고 공깃밥과 비벼 먹어도 일품. 다만 배 부위를 아래로 향하게 하거나 중간에 뚜껑을 열면 뜨거운 김이 들어가 내장이 흘러버리는 데다 색깔도 까맣게 되고 군내가 나므로 주의할 것.
회·죽·탕·전·피자·샐러드·샤브샤브 등도 선호되는 요리다. 대게 살은 단백질·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소화가 잘돼 성장기 어린이나 환자에게 좋다.
하지만 크기와 살이 찬 정도에 따라 대게 한 마리 가격은 보통 3만~18만 원에 이른다. 천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주머니 사정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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