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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건강] 공포증

공포·불안은 생존 위해 필요한 건강한 정서

40대 여성이 엘리베이터를 못 타겠다고 정신과를 찾아왔다. 어느 날 저녁 그녀는 9층 아파트를 가기위해 혼자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깜깜해졌다며 이렇게 갇혀서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엘리베이터가 작동돼 큰 일은 없었지만, 이때부터 엘리베이터 타는 게 두려워져 9층까지 걸어서 올라다녀야 했다고. 최근엔 머리까지 자주 아파서 MRI 검사를 받으려고 MRI 기계 안에 들어갔다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 검사 도중 뛰쳐나와 버렸다고 말했다.

 

폐쇄공포증에 걸린 여성이다. 다행히 여덟 번의 인지행동치료를 받은 후 완치될 수 있었지만 말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는 옛 말이 있다. 그런데 공포증이 생겨서'솥뚜껑인 줄 알아도 놀란다'가 되는 경우가 있다.

 

'공포증'이란 특정한 사물, 환경, 또는 상황에 대하여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회피하는 것이다. 대상이나 상황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피할 수 있는 것이면 괜찮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생활하기가 여간 불편하지가 않다.

 

대상이나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 불안이 유발되기 때문. 비행기공포증, 동물공포증, 주사공포증, 고소공포증, 폐쇄공포증 등 외에도 급히 빠져나가 수 없는 장소에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는 광장공포증, 타인으로부터 주목을 받거나 당혹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을 회피하는 사회공포증 등 종류도 많다.

 

 

10% 이상의 사람들이 일생 중 상당기간 공포증을 경험한다. 특히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나타난다고. 유전적, 성격적으로 행동위축되거나 예민할 경우 혹은 지속적으로 스트레스에 노출되었거나 갑자기 극심한 두려움을 빠져든 경우 뇌 자율신경계 중추가 변화돼 불안이 심해질 경우다. 성적욕망이나 공격욕구 같은 무의식적 갈등과 관련해 공포증이 유발된 경우도 있고, 반복된 경험이 습관화돼 심해질 때도 있다.

 

치료는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 불안을 일으키는 자극에 환자를 노출시켜 공포를 극복하도록 유도하는 행동치료가 효과적이다. 실제로 그 대상이나 상황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인지치료도 있다. 사회공포증의 경우 열명 내외의 소그룹을 대상으로 인지행동치료 하는 게 효과적이다. 무의식 갈등과 관련된 공포증은 정신분석적 치료가 필요하다. 약물치료도 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공포와 불안을 느낀다. 공포와 불안은 더 큰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는 안전장치이며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건강한 정서반응이다. 치료 목표는 공포와 불안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다. 최선의 치료는 증상을 적당한 수준으로 완화시키고, 불안과 공포를 삶에 유익한 방향으로 전환하여 활용하는 것이다.

 

/양종철 교수 (전북대학교병원 정신과)

 

◆ 양종철 교수는

 

의학박사, 정신과전문의

 

대한불안의학회 국제이사

 

한국정신분석학회 학술이사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고시위원, 학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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