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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남겨놓고 떠난 이청준

故이청준 1주기 추모식

"이승에 / 그림자를 남겨 놓고, 자네 / 담배연기와 함께 사라진 지 / 1년이 지났다. / (중략) / 시간 바깥으로 나가 / 시간의 한 귀퉁이를 또렷하게 하는 / 그림자 나그네여 / 평소 좋아하던 소주 한 잔 권하며 / 삼세(三世) 관통 / 공안(公案)을 염송하네 / 평안 평안 평안"(정현종 '그림자를 남겨 놓고' 중)

 

소설가 고(故) 이청준의 1주기 기일을 사흘 앞둔 28일 저녁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고인의 삶과 문학을 그리는 추모 모임이 마련됐다.

 

이날 추모식에는 김승옥, 김종길, 김윤식, 박완서, 최일남, 홍정선, 오생근, 이인성, 은희경 등 동료 선후배 문인들을 비롯해 영화감독 임권택, 화가 김선두, '당신들의 천국' 모델인 조창원 씨 등 150여 명의 지인들이 자리해 고인에 대한 추모의 뜻을 함께 나눴다.

 

이청준추모사업회장을 맡은 문학평론가 김병익 씨의 인사와 문학평론가 이윤옥 씨의 약력 보고에 이어 임권택 감독이 "이 선생이 떠난 지 벌써 1년이 지났지만 내 마음은 여태도 허허롭기 그지 없다"는 말로 추모사를 이어갔다.

 

"이 선생 당신은 내 마음 속의 고향이었습니다. 수난과 질곡의 삶을 살면서 세상도, 고향도 다 망가져 없어진 것으로 치부하고 살았던 내가 당신의 소설을 만난 것은 영화인생의 크나큰 행운이었습니다."

 

이어 문학평론가 김치수 씨는 "말을 잃어버린 자들에게 말을 회복시켜주는 것을 작가의 사명으로 삼았던" 고인의 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겼으며 문학평론가 김화영 씨는 1년 전 고인의 장지에서 돌아온 후 썼던 일기를 읽으며 고인을 추억하기도 했다.

 

후배 소설가인 오정희 씨는 "제게 선생님은 언제까지나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분이셨다"며 "선생님과 동시대를 살고, 문단 한 귀퉁이에서나마 선생님을 뵐 수 있는 인연에 허리굽혀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정현종 시인의 추모시에 이어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이 상영되자 유족과 몇몇 참석자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어 소리꾼 장사익 씨의 추모공연을 끝으로 1시간 30분 가량의 추모식이 끝이 났다.

 

고인의 문우와 지인들은 기일인 31일 전남 장흥군에 위치한 고인의 묘소를 찾아 다시 한번 고인을 추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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