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장관기 전국중고하키대회' 출전하는 김제고 하키부
'딱!'
비가 오던 11일 김제고 하키장. 비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이 학교 하키부원들이 쉴 새 없이 스틱을 움직이며, 공을 주고받았다.
김제고(교장 황현구) 선수들은 오는 14일 이 학교에서 닷새간 일정으로 열리는 '제20회 문체부장관기 전국중고하키대회'에 출전한다. 이번 대회를 위해 김제시(시장 이건식)의 지원을 받아 하키장에 펜스(안전망)도 새로 설치했다.
지난 1974년 창단된 김제고 하키부는 그동안 숱한 선수를 배출했다. 가까이는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한 이남용·김병훈·김철(이상 성남시청)과 강성정(김해시청)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
그러나 현재 도내에는 대학과 실업팀이 한 군데도 없어, 선수들은 졸업 후 타 시·도로 나가고 있다. 이들이 가는 곳은 한국체대, 강원대, 조선대, 순천향대, 경기 성남시청, 경북 성주군청, 경남 김해시청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이 학교 하키부 원년 멤버이기도 한 윤석천 감독(53·체육 교사)은 "도내에 대학 팀이 없어, 학부모들을 설득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하키는 아시안게임에서는 우승 후보고, 올림픽에서도 4강에 든다"고 말했다.
현재 김제고에는 15명의 '열혈남아'가 뛰고 있다. 김제중 하키부에서 절반이 올라오고, 나머지 절반은 공부를 선택한다. 부족한 인원은 신입생 가운데 기초 체력을 보고 선발한다. 윤 감독은 "1년간 기본기를 가르치면 2학년 때부터는 제법 잘 따라 온다"고 귀띔했다.
이날 빗속을 누비던 선수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새까맣다. 이들은 하키가 비인기 종목이라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자기 종목에 대한 자부심은 감추지 않았다.
최종 스위퍼를 맡고 있는 주장 양지훈 군(3학년·주니어 대표)은 "하키는 성인 국가대표 경기도 TV 중계를 안 해준다. 경기장에 나가면 관중석에는 부모들뿐"이라면서도 "하키는 해본 사람만이 매력을 안다"고 말했다.
미드필더 경종백 군(3학년·주니어 대표)은 "하키는 무조건 빨라야 한다. 공이 빠르고 경기가 속도감이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고 거들었다.
중학교 때까지 비보이를 하다 고등학교에 올라와 처음 스틱을 잡은 한민준 군(1학년)은 "처음에는 하키부에 들어가 수업도 빠지고 놀려고 했는데, 막상 해보니 적응이 됐다"며 "아직도 친구들은 멋지지도 않고, 힘들기만 한 운동을 왜 하냐고 말린다"고 말했다. 그러자 '선배'들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하키는 멋진 운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종백 군은 "안 힘든 운동이 어디 있느냐"며 "주말에 잠깐 쉴 때도 몸이 근질근질하다. 어차피 할 거면 열심히, 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수들은 저마다 포지션도 개성도 달랐지만, 목표는 같았다. '태극마크'.
양지훈 군은 "첫 번째 목표는 국가대표가 되는 거고, 두 번째 목표는 체육 교사다. 더 크게 보면, 교수가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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