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열정으로 차근차근 과정 밟아…음식을 읽어주는 라디오진행이 꿈"
"요즘 학생들은 화려한 그릇과 맛있는 음식만 보고 푸드코디네이터라는 직업에 대한 환상을 갖고 시작하기도 해요. 하지만 절대 그런 일은 아니에요. 오히려 보여지는 것을 빛내기 위한 바닥의 보이지 않는 작업이 더 많기 때문이죠."
날카로운 눈매와는 달리 낮고 편한 목소리로 입을 연 송영애(35) 교수가 안타까운 듯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긴장감에 한겨울에도 진땀 빼기 일쑤, 음식이 상하거나 그릇이 깨지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도 빈번하게 생긴다. 그때마다 감춰왔던(?) 임기응변으로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만 냉혹한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타고난 재능보다 노력과 경험이 가장 큰 도움이 된다는 송 교수는 학생들에게도 항상 '접시를 많이 만져보라'고 주문한다. 또 혼자 먹을 음식을 만들거나 담아낼 때도 연습이라 생각하고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꼼꼼히 연습한다는 그.
푸드코디네이터이자 지난해부터는 기전대학교 호텔외식조리학과 겸임교수로 일하는 그는 이젠 '우리 학생들'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만큼 대학 교수로서의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제가 독특하고 개성이 강한 면이 좀 있어요. 하지만 학생들과는 즐겁게, 편하게 지내려고 노력하죠. 그러다보니 많이 편해졌나 봐요, 때로는 '언니'라고 부르는 학생들도 있거든요. 아직 젊어서 더 편한가 봐요."
한 번도 푸드코디네이터가 되기 위해 '작정'하고 공부한 적은 없다. 단지 살면서 단 한 순간도 떨어진 적이 없었던 요리에 대한 열정으로 차근차근 과정을 밟았던 것이 그를 푸드코디네이터로 이끈 것 같다고 했다.
"중학생이던 1987년 쯤이었던 것 같아요. 전주에 유명 햄버거 회사가 처음 들어왔는데, 그 고기 맛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어진거에요. 그 이후로 집에서 매일 고기를 다지고, 포뜨고, 이것저것 하면서 2년을 고생했죠. 결국 제 입에 딱 맞는 고기 패티(patty)를 만들어냈죠. 그때부터였나봐요, 요리에 대해 욕심이 생긴 건."
자신의 방법으로 요리를 하고, 음식음 담아내겠다며 시작한 그 날 이후 그녀의 진로가 결정됐다. 호남대 식품공학과에 진학했고 한국식품개발원(당시 한국식품개발연구원)에 취직했다. 바빠도 주말마다 요리학원을 다녔고 94년에 처음 한식조리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로 얻은 자격증과 수료증만 해도 수백 장에 이른다고.
"푸드스타일리스트와 푸드코디네이터를 헷갈려 하는 분들이 많아요. 푸드코디네이터는 훨씬 포괄적인 개념이어서 끊임없이 배울 수 밖에 없더라고요. 음식도 하고 식기와 음악, 인테리어, 메뉴개발까지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도록 전반적인 일을 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도내에서는 아직 푸드코디네이터에 대한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아 활동 폭이 좁지만 광역도시권만 해도 전문성을 인정받는 매우 바쁜 직업 중 하나라는 것이 그의 설명.
경제적인 부분과 직결되는 인지도와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송 교수 역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 그릇이나 테이블보 같은 재료가 없으면 원하는대로 만들고, 인테리어며 새로운 요리까지 하나씩 배우던 것이 이젠 다 재산이 됐다. 하지만 15년을 배운 지금도 배울 것이 많다고 말하는 그는 원광대 식품과학 석사 과정에 이어 최근 전주대 경영학과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제가 마지막으로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어머니의 솜씨'에요. 명인이며 유명 강사들에게도 많이 배웠지만 가장 뛰어난 요리 솜씨를 가진 어머니에게는 배우지 못했거든요. 아직도 할 일이 많아요."
사람은 음식을 87%는 시각으로 먹는다고 한다. 물론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는 '귀로 듣는 음식'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음식을 읽어주는 사람이 되어서 라디오를 진행하고 싶어요. 물론 귀로 음식을 먹는 것은 1%밖에 안되지만요, 음식을 상상하면서 읽게되는 그 느낌. 멋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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