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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문화콘텐츠 50] '선사시대 국립묘지' 참관기

선사인의 삶과 죽음 고스란히…국가대표급 고인돌 군락, 전북대표 콘텐츠로 가치

고창의 랜드마크인 고인돌군락을 보러 가는 길은 서해안고속도로 이용 시 고창 톨게이트로 빠져나오면 박물관이 지척이다. 전주에서 출발한다면 정읍 지나 고창입구에 들어서면 곧바로 전용도로가 나온다. 고창은 고속도로 휴게소부터 시작해 택시회사, 찻집, 장의사에 이르기까지 고인돌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당연하다. 그리고 자랑스런 일이다.

 

장관이란 표현은 고인돌 군락을 보고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석탑이 단아한 양장본 같다면 고인돌은 원고 뭉치 같은 느낌. 고인돌이 만들어진 시대를 원시인이 살았던 미개사회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공자나 석가가 살던 문명과 도덕이 발달된 정신문명이 활짝 꽃을 피운 시기다. 그러니 원시시대 복장을 한 박수동 만화의 고인돌 이미지는 그냥 농담으로나 들을 말이다.

 

과연 이곳은 그냥 족장들의 무덤 아니면 제단이었을까? 동행한 고인돌 사랑회 정읍대표인 이진우씨(47)가 바라보는 관점은 독특하다.

 

"여수서 고창 부안에 이르는 고인돌 벨트는 인구밀집지역으로 이 동네가 요즘 말로 거의 '수도권'이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고창 이곳은 해양선사문화권으로 문명의 시원지라 할 만하다."

 

그는 전라북도에 있는 고인돌은 한 기도 빼지 않고 사진으로 담아 블로그(들메지기, 네이버)에 담아 둔 향토사 연구가이다. "단순한 지배계층의 무덤이라기 보다는 김대중이나 노무현 같은 집단의 훌륭한 일을 해낸 분들을 기리는 국립묘지 개념 아닐까요?" 의미있는 해석이다.

 

고창읍에서 자동차로 한 20분 거리에 있는 대산면 상금리 고인돌 군을 못 봤으면 서운할 뻔했다. 청보리와 메밀밭으로 유명한 학원농장에서 그리 멀지 않다. 입이 딱 벌어질 국가대표급 고인돌들이 잘 관리되어 있었는데 마을 청년들의 손길이어서 더욱 반가웠다. 이대로 해안을 따라 화순과 장흥으로 이어지는 고인돌을 보고 싶었으나 해가 짧아졌다.

 

장흥군은 유네스코 회의가 있을 적마다 장흥이란 지명을 넣기 위해 세계 거석문화 대회를 개최하는 등 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창과 더불어 당연히 등재되어야 할 일이지만 그것은 고인돌을 새로 축조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서울만 대한민국인가? 아니다. 전주만 전라북도일 리가 없다. 전주가 문화수도로 손색이 없지만 전북의 14개 시·군을 제치고 혼자만 치고나가지 않았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전주국제영화제에 열 번 넘게 들른 외지 사람들은 아직도 막걸리와 가맥을 사랑하지만 더 이상 감동하지는 않는다. 이제 전주는 전주를 둘러싼 시군지역에 영화제 손님들을 모시고 갈 필요가 있다. 영화제 홍보 카탈로그에 내년은 고창, 다음해는 정읍 그리고 김제, 진안…. 그렇게.

 

/신귀백 문화전문객원기자(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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