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식 교수 주축 50명 참가…한류붐 이어
일본의 국·공립과 사립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수들이 처음으로 '일본한국어교육학회'를 설립한다.
학회 설립위원회 위원장인 강봉식(53) 이와테(岩手)현립대학교 교수는 1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오는 26일 도쿄의 사립 메지로(目白)대학에서 마침내 학회 창립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메지로대학에는 2년 전 한국어학과가 개설됐고, 학회 사무국은 이 대학에 둘 예정이다.
창립식에는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과 주일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그는 밝혔다.
강봉식 교수는 "학회에는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전임 교수 20명을 비롯해 시간강사 등 50-60명이 참여할 것"이라며 "앞으로 일본 내에서 활동하는 100여 명의 한국어 교수를 영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제시했다.
강 교수는 "학회는 학술지 출간을 비롯해 학술대회와 한국어 교사들 연수,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에 맞는 교재개발. 편찬 사업 등을 할 계획"이라며 "한국의 대학은 물론 정기적으로 국제한국어교육학회(회장 김중섭)와 공동으로 학술세미나를 여는 등 지속적인 교류를 펼쳐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회 예산은 기본적으로 회원들의 회비로 하며, 나머지는 한국어 교재와 학습서, 참고서, 번역서 등의 출판에 따른 저자 인세, 연구비 등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나 평택 중·고등학교를 나와 군 복무 후 1985년 일본으로 유학을 간 강 교수는 요코하마(橫浜)시립대와 도후쿠(東北)대학 대학원, 경상대 일반대학원에서 한국어와 일본어학을 전공했다.
그는 최근 경술국치 전에 일본에서 현해탄을 건너와 한국 여성 교육의 선구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후치자와 노에(淵澤能惠.1850-1936년)의 일대기를 다룬 책을 번역, 출간했다. 후치자와는 숙명여대의 전신인 숙명여자전문학교를 설립했으며 일본인으로는 유일하게 1927년 동아일보사 교육공로상을 받았다.
강 교수는 "학회 이름에 '조선어'가 아닌 '한국어'라는 명칭을 쓰는 것에 대해 일본인들은 여기는 일본이니까 명칭 문제는 일본 사람들한테 맡겨야 하는 것"이라고 항의한다면서 "일본에는 지금까지 '한국어'가 들어간 관련 학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조선어연구회와 조선어교육연구회가 있었지만 한국어(남한어) 관련해서는 전문성이 약한 단체였다는 것.
그는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일본인들이 늘어났지만 아직 전국 규모의 학회가 없었다는 것은 학자로서 부끄러운 일이었다"며 "지금은 배우는 사람이나 가르치는 사람 모두 '조선어'(북한 또는 총련 동포가 사용하는)가 아닌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데도 일본에서는 '조선어'라고 공식 명칭을 써 10년 전부터 한국어로 바꿔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일본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교수가 된 고 유상희 선생은 오래 전 한국어교육학회 설립을 주도했었지만 동경외대에 처음으로 조선어학과를 개설한 좌익들의 협박과 반대로 좌절했었다"며 "앞으로 '조선어'라는 용어를 한국어로 바꾸는 노력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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