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 입맛 따라 케이크 도시락으로 변신…재료·모양 다양화 '웰빙 먹거리' 자리매김
<< 저는 떡입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이 얼마나 맛있다고요. 쫀득쫀득한 맛은 또 어떻고요.
'밥 위에 떡' '어른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그림의 떡' '밥 먹는 배 다르고 떡 먹는 배 다르다' 등 한국 사람들은 유난히 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우리 문화에서 제가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겠죠?
하지만 서구의 빵문화에 익숙해진 요즘 사람들은 '밥 위에 떡'을 '밥 위에 쿠키'로, '그림의 떡'은 '그림의 케이크'로 바꿔야 할 판입니다.
맛도 있고, 영양도 있는 제가 빵에 밀려야 한다니요. 신문 정치면이나 사회면에 종종 등장하는 '떡값'이란 말도 그저 억울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제가 변하기로 했습니다. 올 추석에는 '떡값'이 아닌, 진짜 떡을 주고 받으면 어떨까요? >>
점심을 먹고난 후에는 꼭 입가심으로 '별다방 커피'에 달달한 조각케이크를 먹어줘야 한다는 '된장녀'. 그녀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것이 바로 떡전문점이나 떡카페에서 파는 떡케이크와 떡도시락이다.
떡을 케이크 모양으로 만든 떡케이크는 어느새 생일이나 결혼 축하 자리는 물론, 행사장까지 접수했다. 전통적인 멋스러움이 묻어나면서도 가격대도 다양해 선물용으로도 반응이 좋은 편. 크림과 버터, 마가린, 설탕 등이 듬뿍 들어가 있는 서양식 케이크에 질린 현대인들이 웰빙 바람과 함께 영양가가 높으면서도 칼로리가 낮은 떡케이크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한 입 크기로 포장된 떡을 층층이 쌓아올리는 정도였던 떡케이크도 진화하고 있다. 쌀가루로 만든 쉬폰케이크에, 연인끼리 선물하기 좋은 발렌타인떡케이크. 흑미와 콩, 팥, 밤, 단호박, 복분자, 녹차, 흑임자, 쑥을 넣어 만든 것도 이제는 구식. 선인장 추출 원료에 연잎 분말, 파인애플, 사과, 고구마, 건조살구, 심지어 초코칩과 코코아, 커피, 치즈, 요구르트 분말까지 떡케이크에 들어간다.
여전히 낯선 떡도시락은 젊은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 한 끼 밥상을 떡으로만 차려낸다는 말에 고개부터 갸웃거리게 되지만, 떡도시락 인기 메뉴인 샌드위치와 김밥을 보고 나면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다. "떡도시락에 웬 샌드위치?"하고 자세히 들여다 보니, 야채샐러드를 감싸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백설기. 일명 '김밥떡'은 김밥 모양을 닮은 떡으로 떡 속에 김치도 들어있다. 전북에서 떡도시락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아직 없지만, 이미 수도권에서는 떡과 여러 밑반찬을 함께 싼 떡도시락에 마니아들까지 있다.
떡은 아주 오래된 음식이다. 떡이 나온 시기를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청동기 시대의 유적인 나진초도 패총과 삼국시대의 고분 등에서 시루가 출토됐다고 한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떡의 찰기가 사람과 사람을 심정적으로 연결시켜준다고 믿었는데, 제사상에 떡을 올리거나 수험생에게 찹쌀떡을 선물하는 전통이 오랜 역사 속에서 이어지고 있는 것만 봐도 일리가 있다.
떡은 만드는 방법에 따라 시루에 쪄서 완성한 '찌는 떡'(백설기, 시루떡 등), 찐 떡을 떡판이나 절구를 이용해 쳐서 완성한 '치는 떡'(가래떡, 인절미 등), 기름에 지져서 완성한 '지지는 떡'(빈대떡, 전병 등), 찹쌀을 반죽하거나 빚은 후에 삶아내 고물 등을 묻혀 먹는 '삶는 떡'(경단 등)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큰 시루에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시루번을 꼼꼼히 붙여 쪄내던 전통적인 방식의 떡은 현대인의 생활과 맞지 않다. 만드는 방법도 그렇지만, 어쩌다 한 번씩 떡을 할 때면 방앗간에 쌀 한 말씩 주문해 이웃들과 나눠먹던 관습 역시 개별화된 현대사회의 정서와 어울리지 않는다. 1990년 후반에 들어서면서 부터 한동안 떡문화가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 역시 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2000년 초반 방앗간과는 개념이 다른 프랜차이즈 떡전문점이 등장했으며 공간 인테리어부터가 고급 카페나 와인바 못지 않은 떡카페가 문을 열기 시작했다. 작고 예쁘게 만들어 낱개로 판매하거나 차와 함께 제공하는 떡이 현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다.
떡케이크나 떡도시락보다 먼저 나온, 찰떡 속에 아이스크림이 들어가 있는 '찰떡○○○'은 앞날을 내다볼 줄 아는 혜안을 가지고 있었던 셈. 그러고 보니 떡에 각종 해물을 넣어 맵게 요리한 해물떡찜이나 찹쌀을 이용해 얇게 뽑아낸 떡피에 보쌈고기나 삼겹살을 싸먹는 메뉴도 '떡의 진화'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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