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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문화콘텐츠 50] (28)순창 고추장

비빔밥·한식 세계화 '공신'…문화박물관·관광자원 연계 모색 필요

▲ 장하다 순창!

 

한류 브랜드 중 제일 먼저 치고 나간 첨병이 드라마와 아이돌스타였다면 그 진정한 마무리는 한식으로 완성될 것이다. 호텔에서 막걸리를 팔고 떡볶이를 메인 메뉴로 해서 외국인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신문과 방송의 문화면을 장식한다. 거기다 전주 비빔밥집이 프랑스 파리에 들어섰다는 소식도 들린다. 김치에 이어 비빔밥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우리의 전통식품. 비빔밥에 들어가는 고추장은 당연히 다른 나라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우리 한국인만의 창작품인 것. 일식의 세계화를 위한 최대공신이 간장이라면 한식의 세계화 공신은 당연히 고추장이 되지 않을까?

 

순창하면 고추장이고 고추장 하면 순창이다. 순창은 전통식품 인지도 면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이 1등 브랜드와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왜 순창일까? 세상엔 1등만 있는 게 아니다. 야구도 축구도 모두 아까운 후발주자가 있다. 그러나 순창고추장을 잇는 2등은 눈을 씻고 봐도 안 보이니 신기한 일이다. 그래서 인구 3만의 산으로 둘러싸인 내륙의 소읍 순창이 갖는 고추장과 관련된 콘텐츠를 들여다보았다.

 

▲ 고추장 마을

 

 

순창읍 백산리에 자리한 고추장 마을은 이미 유명한 관광명소다. 마치 한옥마을을 옮겨놓은 듯한데 하나 같이 할머니들의 이름을 브랜드화 하여 제조와 판매를 함께하고 있었다. 주차장은 거대했고 반듯하게 너른 길로 설계된 고추장 마을은 맛집 기행을 하는 버스와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붐빈다. 관광객들의 손에는 고추장만이 아니라 된장과 청국장 그리고 각종 장아찌들이 들려있었다.

 

이곳 순창의 고추장 마을은 1997년에 조성되었다고. 전통 장류산업 발전을 위해 순창 지역에 흩어져 있던 제조가공업체 54곳을 한 자리에 집적화시킨 이곳은 장류체험관과 더불어 한 마디로 작은 식품클러스터였다. 가게 안을 들여다보니 고추장 뿐 아니라 재래식으로 만든 된장, 매실과 더덕 그리고 굴비 장아찌를 비롯 간장부터 청국장까지 다양한 양념과 반찬류도 함께 판매하고 있었는데 온라인으로도 주문이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집집마다 수백여 개의 고추장 된장독이 즐비한 이곳 고추장 마을에 축제가 없을 리 없다. 해마다 10월에 열리는 장류축제에서는 장류 국제포럼을 비롯 순창고추장 요리 경연대회와 국악대전 등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는데, 올해는 아쉽게도 신종플루 여파로 축제가 취소되었다고.

 

▲ 순창장류연구소·장류체험관 숙소

 

고추장 민속마을 뒤쪽에 장류연구소가 있었다. 2006년 3월에 건립된 이곳 연구소는 국내 최초로 장류연구소다.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발효기술과 발효식품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니 만큼 순창에 설립된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무슨 일을 할까? 연구와 홍보까지 책임을 맡은 박영수 연구원은 "장맛은 손맛이라는 말에 대한 정서적 이미지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쉬운 설명으로 두 시간 넘게 많은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한 설명을 이어졌다.

 

"고추장은 제조되는 지역, 제조시기, 제조자에 따라 다양한 맛을 이어왔지만 어느 환경에서 가장 좋은 맛을 내고,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발효가 잘 되는 지에 대한 과학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서 장류산업의 과학화를 지향합니다. 순창에는 80여 개의 장류제조업체가 각기 다른 방식과 기술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모든 업체를 모니터링하고 이력관리시스템을 확대 구축해서 소비자들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그 목적입니다."

 

전통식품의 인지도 향상을 통한 판로 확대와 전통장류의 국제경쟁력 강화 등 당연한 말씀이겠지만 문제는 고추장이 전부는 아니었다. 간장과 된장의 완제품은 물론 장류제조를 위한 원료의 수입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서 '고추장은 순창'이라는 이미지를 활용 '장류 순창'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농산물을 이용한 순창군수인증제를 추진, 그동안 문제점으로 제기돼 오던 원료에 대한 소비자 불신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생산이력관리시스템과 원료에 대한 품종, 생산자, 시비와 작황 등에 대한 정보의 관리시스템 구축 등 크고 작은 일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고추장민속마을 안에는 장류연구소 입구에 장류체험관 숙소가 있었다. 일반 관광객이 체류하면서 체험단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쉽게 말해 호텔급 잠 잘 곳이다. 3만 원의 체류비와 고추장 만들기 등 체험행사비 1만8000원을 내고 고추장 한 팩을 얻어 가면, 이건 속된 말로 대박이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고추장에 관련한 문화박물관이 없다는 것. 순창군은 고추장과 관계된 음식과 영화와 시를 한 데 모으는 문화공간을 마련하는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 기업과 지역사회 윈윈(win-win)전략

 

신기한 일이다. 고추장을 순창만 제조할 리가 없는데, 대기업들은 자신이 개발한 브랜드를 아래에 넣고 순창을 메인에 넣는다. '더더더' 하며 쌀 흔드는 소리와 함께 소비자의 입맛과 더불어 귀에 안착한 이효리 광고로 인해 소위 '효리쌀고추장'은 젊은 여성을 런칭 모델로 하여 새 세대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제품 정보보다 브랜드의 가치를 매출과 연계시키는 것은 대기업이 활용하고 그 덕을 함께 보는 순창이라는 지역사회와 대기업의 윈윈(win-win)전략이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순창이라는 지역명칭을 사용하는 청정원에서는 세계화 우선 식품으로 순창 우리쌀 고추장, 순창 재래식 된장을 정했는데, 2010년까지 수출 주요 품목을 10개 이상 선정해 적용할 방침이란다. CJ제일제당과 주식회사 대상은 고추장의 세계화를 위해 고추장의 매운 맛의 표준화에 골몰하고 있었는데, 고추장을 순한 맛, 약간 매운 맛, 보통 매운 맛, 매운 맛, 매우 매운 맛 등 5단계로 등급화하기로 했고 영문 표기나 매운 맛의 계측 단위에 있어서는 아직 완전히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 장수 이미지 순창, 함께 가자!

 

공해 없는 자연에서 자생 음식과 문화를 누리면서 느림을 추구하자는 컨셉이 '슬로우 시티(Slow City)' 개념이다. 청산도, 담양, 악양 등이 슬로우 시티로 지정되면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장수(長壽)마을 순창이야말로 슬로우(slow)에 제격일 것이다. 2003년 7월 타임지 아시아판에는 순창의 103세 박복동 할머니가 표지모델로 올랐는데 한국의 대표 장수마을로 순창이 소개 된 것. 규칙적인 생활과 식습관, 노동이 말해주는 일정한 운동량 등 한 마디로 느림의 실천이 장수의 원인일 것이다. 개발이 늦어 청정지역인 데다 장수식품으로 알려진 고추장·된장 등 발효식품을 많이 섭취한 때문이라는 해석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장하다 순창!'. 순창읍이 만든 지역 브랜드 로고다. 순창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는 장수식품의 개발과 세계화 그리고 노년에 살고 싶은 장수마을을 만드는 것이야 말로 순창이 살아갈 길이다. 더불어 순창은 강천산과 회문산 자연휴양림, 산림박물관 등 좋은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다. 조금만 멀리 보자. 내장사, 백양사가 지척이다. 단풍철 정읍 내장산에서 산 하나 넘으면 순창이다. 또한 전주에서 한 시간이 채 안 걸리니 전주국제영화제 손님들 순창으로 모실 것은 당연한 일. 순창 한정식과 매운탕이 전주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전주사람 입으로 말하면 어떨까? 임실 덕치의 김용택 시인이 사는 진메마을과 섬진강을 답사하면서 순창고추장 민속마을을 들르도록 하는 것 역시 자연스런 홍보가 될 것이다.

 

서양의 치즈마을 그 자체가 볼거리인 것처럼 순창의 고추장 민속마을 집집마다 즐비한 커다랗고 윤기 나는 배부른 항아리의 모습은 사진발 잘 받는 포토존이 된다. 고추장 민속마을에 권한다. 이름하여 순창표 '양푼비빔밥' 말이다. 반값 아파트도 있는데 반값 비빔밥이 없을 소냐. 뚝배기 말고 양푼에 밥과 나물 그리고 순창고추장으로 셀프 비빔밥을 메뉴로 하면 어떨까? 값은 자장면보다는 비싸고 짬뽕값 정도라면….

 

/신귀백 문화전문객원기자(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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