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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로 보는 세상] ⑧'아이템매니아' 웹디자이너 이지예씨

"먼지처럼 어디든 자유롭게 날아가고 싶어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현재 도내 IT기업인 '아이템매니아'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이지예 씨(30). 그의 블로그(http://blog.naver.com/ezyye.do)에는 여행이 좋아서 사진을 찍은 것인지, 사진이 좋아서 여행을 떠난 것인지 정확히 설명할 수 없지만 그의 소소한 일상과 추억이 담긴 사진들이 '적확한' 글귀와 함께 꾸며져 있다.

 

블로그 제목 '먼.지.처.럼.살.겠.다.'는 "아무것에도 무게 지우지 않고, 먼지처럼 어디든 자유롭게 가고 싶은" 이 씨의 소망이 배어 있다.

 

"제 블로그에 우연히 접속한 사람들이 제 사진과 글에 반했다는 쪽지를 남길 때마다 흐뭇하고, 더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이 씨는 "사진과 시와 음악은 서로 떨어트릴 수 없는 것 같다"며 "사진을 찍을 때 어떤 느낌을 받으면, 어딘가에 메모해 두었던 시 구절이나 책에서 읽었던 구절들이 같이 떠올라 그 문구를 함께 묶어 올린다"며 이렇게 말했다.

 

8년 전 지인에게서 소형 디지털 카메라(Kodak DX3600)를 선물로 받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는 이 씨는 "카메라마다 특성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지금 보면 웃기게 생긴' 코닥 카메라(Kodak DX3600)는 파란 색감을 잘 담아내고, 러시아 첩보용 카메라였던 로모(LOMO LC-a)는 셔터 소리는 장난감 같지만, 사진은 '필름을 태운 것'처럼 강렬하게 나오는 게 특징이다.

 

이 씨는 현재 펜탁스 스포트매틱(Pentax Spotmatic) 카메라를 제일 많이 사용하고, 가장 좋아한단다. 무겁긴 하지만 필름 느낌과 색감이 환상적이어서 언제, 어디를 가든 늘 가지고 다닌다고. 그는 "피사체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날려 버리는 '아웃 포커싱' 사진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이름 붙인 카테고리에는 저마다 배경이 있다. '가벼운 한숨'은 펜탁스 스포트매틱 카메라로 찍은 사진 꾸러미로 필름 값이 워낙 비싸 셔터를 누르기 전 자신도 모르게 가벼운 한숨을 쉬기 때문에 이렇게 붙여졌다. 로모 카메라로 찍은 '80㎝ 감성자극'은, 로모로 맞출 수 있는 0.8m·1.5m·3m·원거리 등 4단계 중 그가 0.8m 거리를 가장 좋아하기 때문이다.

 

"끌로드 모네는 그림을 무척 빨리 그리는 화가였대요. 누군가가 '오늘 다 못 그리면 내일 그리면 되지'라고 하자 이렇게 대답했대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빛이 내일도 같으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씨는 블로그의 의미를 프랑스 화가 끌로드 모네(Claude Oscar Monet)의 그림에 비유했다. 그는 "가끔 사람들이 '무거운 카메라를 왜 매일 들고 다니냐'고 물어봐요. 저는 '지금 보고 있는 하늘과 꽃이 내일도 같을 것 같냐'고 되묻죠. 저에게 블로그는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릴지 모를 삶의 흔적과 절실함, 제가 사랑한 시와 사람들, 그리고 기억할 수 없을 만큼 멀어진 것들을 추억하고 되살려 주는 추억이자 앨범이예요"라고 말했다.

 

현재 이 씨는 한 출판사의 제의를 받아 국내를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과 글을 엮어 책으로 낼 준비를 하고 있다. "마음과 글이 성숙해진다면 언젠가는 제 이름이 박힌 책이 꼭 나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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