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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문화콘텐츠 50] 사라져 가는 전북의 가양주

조상의 지혜 전통의 멋, 맥 끊길라

사라져 가는 전북의 가양주

 

지난 2006년 한스타일사업의 일환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주하고 서천문화원에서 수행해서 발간된 「전통가양주실태조사」 보고서가 있다. 이 보고서에는 일반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전북의 가양주가 여럿 소개되어 있다.

 

▲ 장수 권씨네 과하주와 점주

 

장수군 산서면 오산리에서 살고 있는 안동권씨 집안의 가양주인데, 청주에 소주를 섞어 만드는 과하주이다. 과하주는 여름을 넘길 수 있다는 뜻을 가진 혼양주로서 상하기 쉬운 청주를 오래 보관하여 마시고자 했던 지혜가 담긴 술이다. 점주는 술에 물이나 감미료를 타서 마셨던 일종의 칵테일이다. 우리 술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술이다.

 

▲ 전주 권오표 과하주

 

권오표 시인이 어머니에게서 전수받아서 빚는 과하주는 그 맛이 입소문을 타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술이다. 멥쌀을 섞어 쓰며 감국이 들어간다는 게 특이하다. 권요표 시인은 순창 적성면 운림리가 고향인데 이 마을 사람들은 거의 술을 빚었다고 한다.

 

▲ 부안 팔선주(八仙酒)

 

부안군 상서면 청림리에서 빚는 청주이다. 신선이 8마리의 말을 타고 내려와 팔마산에서 마셨던 신선주라는 설화가 있다. 단맛이 도는 깔끔한 맛을 가지고 있어서 상품적 가치도 크다. 부안군에서 상품화하려는 시도는 있었으나 결실을 맺지 못했다.

 

▲ 남원 삼해주

 

삼해주는 여러 문헌에 나오는 술이다. 하지만 남원에서 빚어지는 삼해주는 문헌상의 술과 차이가 있다. 전승되는 과정에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 세 번 술덧을 하여 100일 간 발효시킨다. 짙은 호박색이 감도가 좋고 점도가 높아서 풍미가 뛰어난 고급 청주이다. 이 또한 상품적 가치가 크다.

 

▲ 정읍 솔순주

 

녹두와 쌀을 쪄서 소나무순과 소나무뿌리를 이용해 빚는 청주인데, 과거에 전해오던 전주 장군주와 유사한 술이다. 장군주는 언양김씨 가문의 가양주였는데 녹두곡을 사용한다는 점과 솔잎 등을 첨가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장군주는 소주를 부어 과하주로 만들어 마셨다는 것.

 

이밖에도 무주군 적상면에서 빚는 천마국화통합주, 완주군 비봉면 일대에서 빚는 구절초주, 무주군 적상면 사천리 안국사에서 빚어왔던 안국사 청주 등이 보존할 가치가 있는 술이다. 기능보유자와 전승경로, 기본제조방법 등이 수록되어 있는 이 보고서는 매우 중요하지만, 이후 아무런 정책적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의미가 반감되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제보자들 대부분이 70대 할머니들이고 전승자가 없어서, 언제 전승이 끊길지 모른다는 점이다.

 

/이경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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