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으로 느끼는 미각, 훈련이 필요
시골에서나 맛볼 수 있는 우리 전통 음식을 알고 있는 요즘 10대들을 만나면 '가정에서 밥상 교육(?)을 잘 받았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어렸을 때 먹던 그 맛을 기억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 되어버렸다.
참기름 발라 소금 살살 뿌린 김을 연탄불에 구워 살짝 탄 냄새가 나는 것이 김의 참맛이다. 쌀뜨물에 무청 시래기를 쫑쫑 썰어 넣고 직접 담근 된장으로 맛을 내 끓이면, 멸치 육수의 향이 김과 함께 모락모락 피어난다. 시래기 국의 이 맛을 아는 사람을 보면 충동적으로 음식에 대한 별의별 이야기를 다 나누고 싶어진다.
맛을 아는 사람, 소위 '먹는 법'을 아는 사람을 우리는 미식가라고 한다.
음식에 '특별한 기호'를 갖고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을 미식가(美食家)라고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특별한 기호'다. 이 특별한 기호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밥상 앞에서 하나씩 길러지는 것이다. 밥상 교육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식가는 기본적으로 우리 음식의 맛을 알아야 세계화된 음식까지도 즐길 수 있다. 필자는 '음식을 맛이 아니라 섬세한 미각(味覺)을 이용해 통찰력을 갖고 즐길 줄 아는 기억력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미각이 발달된 진정한 미식가는 어떤 사람일까?
타고난 미식가는 외형적으로 중간키에 둥글거나 네모진 얼굴, 빛나는 눈, 좁은 이마, 짧은 코, 두툼한 입술, 둥그스름한 턱을 가지고 있고, 여자들의 경우 통통하며 아름답기보다는 어여쁘고, 약간 비만한 경향이 있다고 한다. 언제나 음식을 사양하지 않으며 천천히, 집중해서 맛을 감상하고 평가해 기억한다.
반대로, 미각 쾌락 능력을 부여받지 못한 사람들은 얼굴과 눈, 코가 길며 검고 곧은 머리칼에 살이 찐 경우가 없다고 한다. 모난 얼굴에 먹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해 지루해하는 표정을 비친다고 하니, 목이 짧아 맛보는 일의 쾌락을 오래 지속할 수 없다고 불평하던 미식가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쳐졌을까?
평범한 우리도 미식가가 될 수 있을까?
먼저, 맛을 알고 미각을 깨워야 한다.
물 한 컵에 천일염 결정 다섯 개를 넣어 완전히 녹여 마셔본다. 확실히 짠맛이 날 것이다. 그리고 점점 그 수를 줄이면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짠맛이 천일염 몇 개까지인지 본다.
짠맛을 정확하게 느꼈다면 이제 설탕을 1티스푼에서 점점 줄여가면서 연습한다. 단맛과 짠맛을 알고 신맛까지 각각 느꼈다면, 이제 섞어본다.
천일염 결정 한 개와 설탕을 소량 섞으면 우리가 그 양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을까? 절대 하루이틀 연습해서 될 일은 아니다. 우리가 아는 이론상의 맛은 오미(五味)로 구분돼 입안에서 느끼고 머릿속에서 계산한 뒤 짜다, 달다, 쓰다 등의 말로 표현된다.
미각은 입보다 오감으로 느끼고 가슴으로 전해져 상쾌하다, 불쾌하다, 행복하다 등의 감정으로 머릿속에 기억된다. 그래서 미각을 깨우는 일은 훈련이 필요하며 어른이 되면 과거의 음식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하나씩 찾아낸다.
인간은 너무나 오랜 기억 속의 맛을 찾고 그리워하는 것 같다. 우리가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옛 음식의 맛은 끝까지 찾지 못한다. 결국 우리는 맛을 찾아 떠돌아야만 하는 슬픈 미식가인 셈이다.
일본인들은 진정한 맛을 안다는 것은 그 맛이 뼈에 각인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맛이 뼈에 각인 된다'…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글귀다.
우리도 '우리의 맛'을 뼈에 각인시키고 있는지 의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맛과 향이 강한 서양 음식을 먼저 접하다 보니 순하고 깊은 우리 전통의 맛을 담지 못한다.
우리 음식의 맛을 기초로 삼지 못한 아이들은 자라서 어떤 맛을 찾는 미식가가 될 지, 고민 해봐야 할 문제다.
/송영애(푸드코디네이터, 전주기전대학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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