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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항녕의 인문학 에세이]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은

1985년 해금…해설서·연구서까지 나와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사계절출판사)은 말이 필요 없는 명작이다. 동료들끼리 편을 짜서 한 권씩 읽어나가면 10주면 읽을 수 있다. 벽초가 북한으로 가서 부수상까지 했기 때문에 한때 「임꺽정」은 국내에서 출간되지도 못했다. 1985년 출간에야 출간되어 호응을 얻었다. 역사소설의 수준에서 「임꺽정」은 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떠올리게 한다. 「토지」는 조선말-일제시대 삶의 진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런데 당시 사람들이 나눈 생생하고 정겨운 언어가 요즘 우리들에게는 오히려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었다.(그래서 「토지사전」도 나왔다.) 벽초가 구사하는 정겹고 격조 있는 언어도 약간 그런 점이 있는데, 3판(1995), 4판(2008)에 걸쳐 한층 가독성이 높아졌고, 뜻풀이를 첨가하였다. 또 각 인물별로 표를 만들어 비교해가면서 읽으면 더 재미있다.

 

최근에 나온 「임꺽정」 해설서로는, 고미숙의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사계절출판사)을 꼽고 싶다. 가장 편견 없이 「임꺽정」을, 아니 조선시대를 읽는 학인 중의 한 분이 아닌가 한다. 책이 재미있고 유익하면 되는 거 아닌가? 다만, 본문에서 말했듯이, 나와 「임꺽정」을 보는 시점의 차이가 있다. 각유소장(各有所長), 서로 장점이 있을 것이다. 벽초에 대해 궁금하다면, 신뢰할만한 연구서가 있다. 강영주의 「벽초 홍명희 연구」(창작과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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